김기덕 감독(사진=NEW 제공)
'피에타' 뫼비우스' 등 문제적 작품을 잇따라 내놓으면 '충무로의 이단아'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기덕 감독이 다음달 6일 개봉하는 신작 '그물'로 남북 분단의 아픔을 전한다.
김 감독은 29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남북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그물하면 고기가 떠오르지 않나"라며 "국가를 그물, 개인을 물고기의 관계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의 22번째 작품인 '그물'은 북한 어부가 배 고장으로 불가피하게 남한으로 들어온 뒤 벌어지는 만만치 않은 조사 과정 등을 통해, 남북의 슬픈 자화상을 돌이켜보는 영화라는 것이 감독 본인의 설명이다.
영화 '그물'에서 주인공인 북한 어부 역은 배우 류승범이 맡았다. 패셔니스타로 널리 알려진 류승범의 출연에 대해 김 감독은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도 같이 행사에 참석했는데, 포토콜에서 많은 사진 기사들이 '조니 여기봐'라고 하더라. (류승범을) 조니 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실제 있었고, 비유해서 말하기도 했다. 제가 좀 망쳐놨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어 "배우는 분장하면 완전히 달라진다. 제 마음에 대고 물었더니 (류승범이 북한 어부에) 충분히 가능한 이미지여서 한 번 만들어봤다"며 "배우 본인도 출연 전 며칠 동안 머리도 안 감고 부랑자처럼 있었다더라. 극중 주인공이 '남한의 풍경을 보는 것도 북에 가면 죄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류승범이) 실제로 오랫동안 눈을 감고 생활해 봤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위 '마초' 영화를 만든다는 여성계 등의 비판에 대해서는 "세상에 마초가 있는 것이지, 제가 마초는 아니다. 영화에 캐릭터로 등장한다고 (그 캐릭터를) 감독과 일원화할 수는 없다. 보편적으로 (제가 마초로) 알려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기존에 '풍산개' '붉은 가족' 등 남북 문제를 다룬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이에 대해 "제 아버님이 6·25전쟁세대이신데, 실제로 총알을 네 발 정도를 맞으시고 그 후유증으로, 상이용사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며 "한반도에 사는 사람치고 남북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북이) 서로 시비를 걸고 비난하는 문제가 계속 늘고 있다. 방향을 못 찾고 우리 스스로 혼란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남북 문제는) 더욱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전쟁을 해도 재래식 무기니 대량 살상은 안 됐지만, 지금은 우발적인 사건 하나만으로도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높고, 스스로 해결하기에 국제관계도 복잡하다"며 "안전해야 예술도 하는 것이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상업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냐'는 물음에는 "제 동료들이 만들고 있어서 제가 이런 걸 만들고 있다. 서로 나눠서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에서 1000만 명이 보는 영화보다는 세계에서 1억 명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제 영화가 워낙 어렵게 찍었고, 상영관 확보는 홍보비에 비례해 잡히는 것이니 작은 영화로 (많은 상영관을 기대)하기는 미안하다"며 "작은 영화관을 잡더라도 관객들이 채워주시면 된다. '그물'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데, 미래 한반도의 주인들이 이 영화를 봐 주면 극장이 늘 것이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