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확산을 막기 위해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자격이 불충분한 대체인력을 투입하려 사규까지 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 2일 외부 대체인력을 채용하면서 운행 중인 차량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들의 임용 자격 요건을 완화하도록 사규를 개정했다.
그동안 3급 이하 역장, 사업소장과 각 담당팀장에는 분야별 등용직 시험에 합격한 자인 등용직만 임용하도록 제한해왔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이제는 각각 KTX와 KTX 외 일반 열차의 운행 중 안전을 책임지는 여객전무와 KTX 열차팀장에도 경력직을 임용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들 경력직 요건으로 사무영업이나 운전 등 차량 안전과는 무관한 직렬의 경력만 갖추더라도 임용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약 1천명의 승객을 태우고 시속 330km/h로 달리는 KTX 차량에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나도 안전 업무를 맡아본 적도 없는 경력직 팀장들이 초동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철도노조 김세훈 부산고속열차지부장은 "자체 조사 결과 201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300여건, 한 달 평균 45.8건의 불량이 일어났다"며 "해마다 전문 교육을 받아온 팀장들이 맡던 안전업무를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력에 맡긴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레일은 그동안 운행 중 차랑 안전 업무는 안전팀장·여객전무만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6년 KTX 서비스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승무원 280명을 대량 해고했던 당시, 코레일 스스로 안전업무는 전문성을 갖춘 열차팀장만 맡을 수 있다며 단순 서비스 업무만 맡는 KTX 승무원의 파견 근무는 합법 도급이라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코레일의 주장 때문에 대법원도 지난해 2월 KTX 승무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의 업무와 KTX 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된다"며 KTX 승무원 파견을 합법 도급이라고 판단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남기명 교선실장은 "열차팀장·여객전무가 차량 운전의 최일선에 있다고 코레일 스스로 주장해놓고, 이제는 검증되지 않은 경력직으로 채워넣고 있다"며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