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딸(6살)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서 불태우고 유기한 혐의로 양부모가 긴급 체포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경찰이 양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경찰 호송차량으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포천 입양딸 학대 살해사건은 '6살짜리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부모가 투명테이프로 온몸을 묶어 17시간이나 혼자 방치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동경찰서는 숨진 6살 A양은 지난달 28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후 4시까지 집에서 17시간 동안이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인 채 심한 학대를 당했다고 3일 밝혔다.
식탐이 많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아이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입을 막았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몸을 테이프로 묶으면 당연히 소리를 내는 등 입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양부모가 아이의 입을 틀어막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부모는 평소에도 A양에게 벽을 보고 손을 들게 하거나 파리채로 때리고,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어놓는 등 주기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부모와 동거녀 등 3명은 아이가 숨지자 다음날인 30일 밤 11시쯤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의 한 야산으로 시신을 옮겨 나무를 모아 불에 태운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의 시신에서 상처나 멍 자국 등 학대 흔적이 드러나 처벌받을 것이 걱정돼 화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양아버지 B(47)씨는 이날 시신을 유기한 야산에서 벌어진 현장검증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입양한 딸(6살)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서 불태우고 유기한 혐의로 양부모가 긴급 체포된 가운데 3일 오후 양부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루어진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 출입금지 표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벌인 재수색에서 A양의 유골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날 시신을 태운 곳에서 수거한 뼛조각은 유전자 감식결과, 사람의 머리와 척추뼈로 확인됐다.
경찰은 입양한 어린 딸을 잔인하게 살해한 양아버지와 어머니 C(30)씨와 동거녀 D(19)씨 등 3명에 대해 살인과 사체 손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양의 양부모는 10년 전부터 동거를 해오다 지난 2013년 혼인신고를 하고 이듬해 양어머니 지인의 딸인 A양을 입양했다.
A양의 친부모는 2010년 이혼했으며, 친모가 혼자 양육해오다 2014년 9월 친부모와 양부모가 합의해 입양을 결정하고 A양을 양부모의 호적에 올렸다.
이들은 아이를 살해해 시신을 불태운 뒤에도 태연하게 인천 소래포구 축제장에서 실종신고를 하고 포털 사이트에도 아이를 찾는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집을 나설 때부터 CCTV에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앞으로 어린이집 관계자와 주변인 등을 상대로 아동 학대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는 한편 병원진료기록과 보험가입여부 등을 조사해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