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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치니 억했다?'…'외압 의혹'만 키운 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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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치니 억했다?'…'외압 의혹'만 키운 서울대병원

    백남기씨 부검영장 빌미 사망진단서, 지침 어긋나고 윗선 의혹까지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는 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급성 신부전에 의해 '질병사'했다는 사망진단서는 대한의사협회의 지침과 다르고 '외인사'가 맞다"면서도 "하지만 사망진단의 판단은 담당의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밝혔다. 왼쪽은 이윤성 특위 위원장, 오른쪽은 주치의 백선하 교수(사진=김광일 기자)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최근 숨진 백남기 농민의 사인과 관련해 서울대병원 측이 구설에 오른 사망진단서는 주치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진단서가 지침을 어겼음을 인정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외압 의혹' 등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 '질병사' 이례적 판단…지침 어긋나지만 존중한다?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는 3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급성 신부전에 의해 '질병사'했다는 사망진단서는 대한의사협회의 지침과 다르고 '외인사'가 맞다"면서도 "하지만 사망진단의 판단은 담당의사의 재량에 속한다"며 주치의에게 공을 넘겼다.

    백 농민의 주치의를 맡았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이에 대해 "사망 엿새 전부터 시작된 급성 신부전이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심폐정지했다는 게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며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의협 지침과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유가족과 고인을 지켜온 의료단체는 이러한 해명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전 서울동부병원장)는 이날 "사고 직후 백 씨의 CT 사진을 보면 이미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오히려 희망 없는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한 이유가 결국 병사라는 진단서를 쓰기 위한 게 아니였나 싶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을 보면 "사망 원인에는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을 기록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사망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은 '증세'일 뿐,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서울대 의대 이윤성 교수(법의학)가 "내가 (사망진단서를) 쓰면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라고 밝힌 견해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최근 서울대 의대생 102명과 총동문회까지 이 진단서가 석연찮다고 지적했고, 이날에는 전국 15개 의과대학·전문대학원 809명이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병원 주변과 의료단체, 시민단체들 사이에는 1987년 박종철군 사망 사건을 떠올리며 "서울대병원측의 해명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궤변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특위 발표 후 유가족과 고인을 지켜온 의료 및 법률단체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해명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김광일 기자)

     

    ◇ 유가족 치료거부? "연명치료 해왔다…윗선 개입의혹"

    주치의 백 교수는 백 농민의 사인을 '질병사'로 기록한 이유에 대해 기자회견 내내 유가족이 연명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 가족분들이 적극적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아 체외투석 등을 실시하지 못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제대로 치료를 받고 사망했다면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족들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일부 연명치료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백 교수의 해명에 사실관계가 틀렸을 뿐 아니라 외려 그동안 품었던 의구심이 더 커지게 됐다고 주장한다.

    백 농민의 차녀 백도라지 씨는 "가족들이 줄곧 거부해왔지만 병원 측에서는 '쓸 수밖에 없다'며 약물치료를, 혈압검사나 수혈 등을 통해 연명치료를 해왔다"고 말했다.

    인의협 이보라 사무국장은 "외상으로 의식을 잃은 환자가 투석을 한다고 다시 살아날 수 있던 건 아니지 않느냐"며 "보호자 반대로 투석을 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고 병사라고 하는 건 의학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병원 측이 이례적으로 가족에게 여러 차례 연명치료를 권하고, 종종 강제로 실시했다는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윗선' 개입 의혹도 나왔다. 김경일 전문의는 "백 교수는 '누군가'를 위해서 가족 의사에 반하는 치료를 해왔던 것"이라며 "서울대병원 발표는 이 문제가 전적으로 백 교수와 그가 결탁한 분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의혹은 실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레지던트)가 백 교수뿐 아니라 진료부원장과도 협의했다고 진단서에 적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확산했다.

    특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병원장에게 보고하고 곧바로 활동을 종료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석했다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지난달 25일 사망한 농민 고(故) 백남기(69)씨에 대한 부검영장이 결국 발부된 28일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경찰의 집행을 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박종민기자

     

    ◇ 영장 집행 빌미되나…물리적 충돌 불가피할 수도

    병원 측이 '질병사'라는 주치의 판단이 지침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도 사실상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근거로 부검 영장을 신청한 수사기관 주장에는 일부 명분이 실리게 됐다.

    앞서 경찰은 '급성 신부전증에 의한 심폐정지(질병사)'라는 병원의 사망진단을 토대로 사인을 명확히 하겠다며 부검 영장을 2차례 신청한 끝에 법원에서 조건부 발부받은 상황.

    일단 집행을 미룬 경찰은 유족 측에 협의 요청 공문을 보내고 이달 4일을 기한으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은 여전히 부검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통보 시한이 지나면서 강제 집행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장례식장 주변에 집행을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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