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면세점과 함께 조성될 워커힐리조트스파 조감도. (사진=SK네트웍스 제공)
서울시내 면세점의 마지막 티켓 3장을 건 유통 공룡들의 3차 대전이 막을 올렸다.
관세청은 4일 서울과 부산, 강원지역 면세점 특허 입찰을 마감했다. 서울시내 면세점 대기업 몫 특허의 경우 롯데,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HDC신라, 신세계디에프 등 유통 5강이 뛰어들었다.
이번에 3곳의 특허가 추가 발급되면 서울시내 면세점 수는 13곳으로 늘어난다. 특허 기간이 재연장될 경우 향후 10년간은 현 체제가 유지되는 만큼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 양강의 설욕 또는 부활
4일 롯데월드타워점에서 열린 면세점 입찰성공 기원 출정식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신구(新舊) 세력간 대결이다.
지난해 11월 2차 대전에서 패배해 문을 닫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부활을 노린다.
사실상 이번 3차 입찰이 기존 면세점 구체 차원의 패배부활전 성격이 강한 만큼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특허를 재취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연말 완공을 앞둔 롯데월드타워의 성공을 위해 월드타워점의 영업 재개에 목을 매고 있다. 롯데면세점 노사는 4일 특허 신청에 앞서 월드타워 123층 전망대에 올라 특허 획득을 기원했다. 다른 점포에 분산 군무하거나 순환 휴직 중인 직원 1000여 명이 함께 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 선호도 1위의 롯데면세점 브랜드 파워와 지난 27년간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국내 3위로 발돋움한 월드타워점의 검증된 능력 등 경쟁자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을 사업계획서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SK네트웍스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복합관광단지 조성으로 부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향후 5년간 600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만들어 호텔과 카지노, 면세점 등이 어우러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워커힐면세점은 총면적 5500평 규모로 기존보다 2.5배 이상 확장하기로 했다. 오는 2021년 연간 외국인 관광객 705만 명 방문, 매출 1조5000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워커힐을 다시 한국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온 몸을 바치겠다"며 "반드시 면세 특허를 탈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전히 배고파…신세력의 영토 확장
HDC신라면세점이 2호점을 지을 계획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사진=HDC신라면세점 제공)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은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로 영토를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 Merged Reality) 등 IT 기술을 총동원한 '디지털 혁신 면세점'을 표방했다. 마이스(MICE. 기업회의·전시·컨벤션) 관광 중심지인 코엑스 인근이라는 입지 여건도 내세웠다.
양창훈·이길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는 "20~30년, 나아가 100년 후에도 끊임없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면세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2차 대전의 승자인 신세계면세점은 반포 센트럴시티에 2호점을 짓기로 했다. 4100평 규모의 면세점을 지어 호텔, 백화점, 극장, 식당가 등을 갖춘 복합 쇼핑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강북 명동 1호점에 이어 강남에 문화·예술·관광 허브를 구축해 면세 3강으로 자리잡는다는 구상이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센트럴시티점을 랜드마크 면세점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는 '마인드마크' 면세점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세계면세점 2호점 예정지인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 (사진=신세계면세점 제공)
◇ 현대百의 재도전지난해 7월 1차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은 1년을 기다려 재도전에 나섰다. 삼성동 코엑스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예정지다.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는 "지난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뒤 1년여간 절치부심하며 철저히 준비했다"며 "올해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입찰에 참여한 5개 업체 중 유일한 신규 사업자인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현지 상위권 17개 여행사와 MOU를 맺고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200만명의 한국 방문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현대백화점 신규 면세점 예정지인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 '강남 대전', '집안 대결'이번 3차 대전은 '강남 대전'이 됐다. 워커힐면세점만 강북 광장동에 있을 뿐 다른 4곳 모두 강남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삼성동 코엑스는 최대 격전지다. 기존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운영 중인데 HDC신라면세점 아이파크타워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두 곳이 특허를 신청했다.
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잠실,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은 반포다.
집안 대결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범현대가인 HDC신라면세점의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은 코엑스에서 맞닥뜨렸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오촌 당숙과 조카 사이다.
범삼성가 여성 경영인의 맞대결도 흥미롭다. HDC신라면세점의 호텔신라 이부진 대표와 신세계백화점 정유경 총괄사장은 이종사촌간이다.
관세청은 조만간 관계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허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 절차에 돌입해 오는 12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허 심사 평가 기준은 ▲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 만점은 1000점이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보유한 서울시내 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이 소공점·코엑스점 2개, 호텔신라는 신라면세점 서울점·아이파크면세점 1.5개,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면세점 0.5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개다. 현대백화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