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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양파.마늘 소비 위축....농식품부, 원가절감 '묘수 찾기'

경제정책

    김영란법, 양파.마늘 소비 위축....농식품부, 원가절감 '묘수 찾기'

    로컬푸드, TV공영홈쇼핑 통해 유통비용 30% 절감해 원가 낮추기

    최근 배추와 무, 상추 등 신선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에 부담을 줬다. 올해 여름 기상이변에 따른 폭염으로 산지 작황이 나빠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어 든 게 1차 원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선농산물 가격이 수시로 등락을 거듭하는 보다 구조적인 원인은 불필요한 유통단계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웬만하면 거의 모든 농산물이 생산자 농민과 산지유통 상인, 중도매인 등 5~6단계를 거쳐 소비자 식탁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널뛰기를 하게 된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농축산물의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비용을 어떻게 줄일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복잡한 유통단계...배추 소비자가격의 70%가 유통비용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소비자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복잡한 다단계 유통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밭떼기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배추와 무 등 채소류의 경우 농민과 산지유통인, 도매시장, 중도매인, 소매상인, 소비자까지 6단계를 거치는 동안 최종 소비자 가격의 70%가 유통비용으로 계상된다.

    이는, 채소류의 유통기한이 짧다 보니까 산지유통인과 중도매인 등이 손실비용을 많이 책정하기 때문이다. 사과와 배 등 과일류도 유통비용률이 50%에 달한다.

    축산물의 경우도 농가에서 수집상(우시장), 공판장(도축장), 중도매인(도매상), 소매상(식육판매점), 소비자까지 6단계를 거치는 동안 유통비용은 계속 발생해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이른다.

    이에 반해, 저장성이 높은 쌀과 감자 등 식량작물은 유통비용률이 20~30% 수준으로 중간 유통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 김영란법, 음식점 매출 둔화...양파, 마늘, 배추 소비 위축

    이처럼 농축산물에 중간 유통비용이 잔뜩 끼면서 생산자 농민과 최종 소비자 모두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위축돼 결국 공급자인 농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결국은 악순환 고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농축산물의 이런 악순화 고리를 감안하면, 지난달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은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우고기 선물수요 감소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양파와 마늘, 배추, 시금치 등 기초 농산물의 소비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당장, 음식점의 농산물 수요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가락 도매시장에서 양파를 판매하는 김성준(중도매인)대표는 “김영란법을 전후로 양파와 마늘 등 양념류 채소의 소비량에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음식점들이 전에 10개를 구입했다면 지금은 8개 정도만 구입한다”고 전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기종(세종시 도담동)씨는 “손님이 줄어서 종업원도 줄여야 할 판에 식재료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말은, 중간 유통비용으로 농축산물의 가격이 계속해 오른다면 소비를 더욱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바로 이 부분이 농식품부가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수입산 농축산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내산 신선농산물의 소비가 둔화될 경우 농업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9월28일 일반매장에서 7천500원에 판매됐던 배추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5천원에 판매됐다.

     


    ◇ 신 유통경로 찿기...로컬푸드가 대안

    이에 농식품부는 대안 유통경로를 찾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로컬푸드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로컬푸드는 지역 농가들이 점포를 마련해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고 재고관리까지 하는 새로운 형태의 직매장을 일컫는다.

    지난 2012년 3개를 시작으로 지난 6월 현재 전국에 모두 129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중이다. 또한, 로컬푸드 직매장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 수도 2012년 1천745가구에서 지난 6월 현재 1만8천694가구로 11배나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로컬푸드 직매장의 총 매출액은 2012년 62억 원에서 지난해는 1천659억 원으로 불과 3년 만에 27배가 증가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농가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산지유통인에게 판매하는 것 보다 17%나 더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일반마트에서 사는 것 보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에 배추 일반 소매가격은 평년에 비해 136%나 폭등했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은 43% 상승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박기종씨는 “세종시에도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겨서 가봤더니 신선한 농산물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며 “지금은 중도매인을 통해 식재료를 납품받고 있는데 로컬푸드에서 직접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로컬푸드 직매장은 직접 소비자에게 찾아가는 ‘로컬푸드 트럭’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남 무안 일로농협은 지난 2014년부터 4.5톤 냉동트럭에 농축산물을 싣고 직접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는 로컬푸드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당일 출하된 농산물을 집 앞에서 30~50%까지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안 일로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트럭

     


    ◇ TV공영홈쇼핑...건고추, 쌀, 사과 등 농산물 맞춤형 특판

    농식품부는 농축산물의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7월 개국한 ‘TV 공영홈쇼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종의 맞춤형 판매를 통해 지역의 농특산물을 기획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산 건고추 특판 행사를 하루 8시간 집중 편성해 1만 세트, 33톤을 판매했다.

    시중가격 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올해는 쌀과 사과 등 보다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종구 과장은 “공영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액이 509억 원을 달성한데 이어, 올해는 1천47억 원으로 105%나 증가했다”며 “소비자 만족도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제철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맞춤형 특판 행사를 집중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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