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훈민정음 반포 570돌을 기념하는 올해 한글날에도 여느 해와 다름 없이 젊은층의 신조어 사용 등을 '한글 파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9일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신조어'나 '한글 파괴' 등의 검색어로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신조어 홍수시대' '혐오 신조어' '한글 파괴 심각' 등의 제목을 단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어'와 '한글'이라는 개념을 구분해 사용하지 않은 데 따른 잘못된 접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z******'는 "아햏햏, 꽁기꽁기, 방가방가. 아직 쓰시는 분 있나요? 나 어릴 적엔 한글 파괴된다며 엄청 뭐라고 했었는데. 왜 '한글' 파괴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말, 파괴됐나요?"라고 꼬집었다.
'@w******' 역시 "'그렇게 한글 파괴하는 줄임말 쓰면 세종대왕님이 화낸다.' 이런 말도 이젠 웃으며 받아들임…. 세종대왕님은 한글을 만들었을 뿐, 한글과 한국어는 다른데, 한국어 파괴한다고 세종대왕님과 별 상관 없겠지만. 이쯤되면 그냥… 맥락으로 단어 이해해야 함"이라고 적었다.
'@e*******'는 "한글날은 현대 국어의 쓰임과 무관하게 모두들 대략 조선시대 정도의 말투를 코스프레하는 날, 모든 외국어를 한국어로 억지로 끼워맞춰 웃음을 선사하는 날로 전락했다. 많은 이들이 '한글파괴'라는 네 글자만 들으면 파들파들 떨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g*******'도 "언론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구별 못해서 다시 말합니다. 오늘은 한글날이라 한글 자모 24글자로 신조어나 외래어를 써도 무방합니다. 원음 표기는 못 하지만 대충 표기할 수 있게 한 세종대왕님께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한글날을 맞아 한글문화연대에서 배포한 신문 형식의 인쇄물 '한글 사랑해'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방송에서건 신문에서건 '한글 파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뜻 모를 신조어, 줄임말, 외국어 남용이 한글 파괴의 주범이란다. 그런데 이는 대개 '한국어 파괴'를 '한글 파괴'라고 잘못 일컫는 것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일반 백성들과 소통하는 것, 일반 백성들에게 소통의 수단을 주는 것이었다.
그는 "한글이란 지금은 한국어라고 부르는 우리말을 적기 위해 1443년에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문자"라며 "세종대왕께서는 '한글'을 만드셨지 '한국어'를 만드신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어를 적는 문자는 로마자, 중국어를 적는 문자는 한자, 한국어를 적는 문자는 한글이라고 언어와 문자의 관계를 이해하면 쉽다"며 "물론 한국어를 로마자로 적을 수 있듯이, '아이엠 어 보이'라고 영어를 한글로 적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자주 만나는 한글 파괴란 대부분 '우리말 파괴'이고, 나머지는 '희안하다' '어의 없다. 차칸 남자'처럼 우리말을 한글 맞춤법에 맞지 않게 적는 한글 맞춤법 파괴 현상"이라며 "한글과 한국어를 구별하지 않고 쓰다 보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