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예술위 회의록 삭제 부분 중 박병원 위원의 발언을 보여주고 있다.
전경련이 주도한 미르재단 모금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박병원 회장까지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10일 공개한 지난해 11월 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록에 따르면 박병원 회장은 미르재단 모금을 '기막힌 일'로 표현했다.
문화예술위원이자 포스코 사외이사인 박 회장은 당일 문예위 회의에서 "오늘 포스코 이사회에서 기막힌 일이 있었다"며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을 새로 만드는데 포스코에서 30억을 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이미 '미르'라는 재단법인을 만들었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을 내는 것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예술위 회의록 삭제 부분 중 박병원 위원과 박명진 문화예술위원장의 발언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은 "(포스코) 이사회에서 부결시키면 안 된다고 해서 부결도 못하고 왔다"며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문예위가 시비를 걸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도종환 의원은 문예위가 당일 회의록을 축소·조작한 의혹도 제기했다.
도종환 의원은 10일 국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의원실이 문예위에 요구해 받은 당일 회의록은 다른 경로로 입수한 회의록보다 14쪽이 적은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 의원은 "경총 박병원 회장이 전경련의 미르재단 모금을 비판한 내용도 문예위가 제출한 회의록에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예술위 회의록 삭제 부분 중 박명진 문화예술위원장의 발언을 보여주고 있다.
도 의원은 "공공기관이 국감에 임하면서 이렇게 자료를 엉터리로 제출한 것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박명진 문예위 위원장은 "문예위 회의록은 속기 초벌본 중 위원 신상 발언 또는 여담에 속하거나 위원이 삭제를 요청한 부분을 빼고 정리한 내용을 보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도 의원에게 제출한 회의록이 문예위가 보존하고 있는 원본으로, 삭제나 축소는 없다는 설명이다.
박명진 위원장은 "미르재단 모금 관련 박병원 경총 회장 발언이 문예위 제출 회의록에 없는 것도 해당 발언이 회의 안건과 무관한 여담이어서 삭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