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교환과 환불이 시작된 첫날, 고객과 점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대한 교환과 환불이 13일부터 시작된 첫날, 소비자와 유통점주들 모두 혼란과 불만을 토해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무렵 하나둘씩 매장에 불을 켜기 시작한 서울 강남역 일대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고객이 오기 전 직원들은 환불 정책을 숙지하고 교체 가능한 단말 재고량을 확인해야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유통점이 많은 강남역 지하상가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해도 매장 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게 배치해뒀던 갤럭시노트7가 모두 자취를 감췄다. 대신 각 매장들은 '갤럭시S7, LG V20, 아이폰6S 초특가 할인' 등의 문구로 고객 유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 판매점 사장은 오전부터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업무를 보고 있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안 그래도 그것때문에(교환·환불) 때문에 정신없으니까 다른 데서 알아보라"며 짜증과 한숨이 섞인 채 말했다. 앞서 전면 리콜했다가 판매 재개한 열흘 남짓 만에 또다시 뒷수습에 전념해야하니 "연말 특수는 물건너갔다"는 것이다.
또다른 대리점 직원도 "이렇게 되면 수수료 문제도 있고 상반기 장사 다 토해내야하는 상황"이라면서 "어쩔 수 없는 거 알면서도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업 시작 약 1시간 동안 매장을 찾은 고객은 1명뿐이었다. 직장인들은 업무때문에 점심 시간이나 돼야 올 것이고, 아직 교환 첫날이라 이날부터 환불 업무가 시작된 것을 알지 못하는 고객도 있을 것이라는 게 매장 직원 측 설명이다.
이날 갤럭시S7으로 교환해 간 이모(37) 씨는 "폭발 논란에도 믿고 새걸로 교환했는데 앱도 다시 깔아야하고 공인인증서도 또 내려야하고 번거로움이 큰 건 사실"이라며 불편함을 털어놨다.
정오가 지나고 점심을 먹으려는 직장인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지만 이통사 매장으로 가는 발걸음은 보이지 않았다.
LG유플러스 강남역 직영점 관계자는 "오전에 교환 문의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방문한 고객은 없다"면서 "오후에 오겠다는 고객은 2~3명 정도 있었다"고 했다.
점심 시간 인근 KT 매장에는 방문객이 단 한 명 있었지만, 갤럭시노트7 교환때문에 찾은 것은 아니었다. 매장관계자는 "평일인데다 교환 기간이 연말인 12월 31일까지여서 아직 2개월 간의 시간이 있어 첫날이라고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또 번호 이동 가능 여부와 위약금 면제 등을 두고 혼선도 빚어졌다. 한 인터넷 IT 커뮤니티에는 "당초 (갤럭시노트7) 구매 매장에 번호 이동을 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다"거나 "매장에 갔지만 답변만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초반에는 아무래도 수급상황이 조금 원활하지 않다 보니 22일 이후, 23일부터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매장 방문 전에 문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갤럭시노트7 구매자에게는 현재 이를 대체할만한 마땅한 단말기가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이 전면 환불·교환 조치에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단말기를 살펴보던 한 고객은 "아이폰7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갤럭시S7이나 엣지로 교체를 하기에는 출시가 너무 지난 상품이라서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도 커뮤니티 게시판에 "아이폰만 쓰는 매니아가 있듯이 갤노트만 쓰는 매니아들도 많다. 에스펜에 대한 애착이라 봐도 되고 이번에 나온 갤노트7은 노트 시리즈의 완성체라 봐도 무방하다"면서 "이런 사태로 생산중단, 판매중단이 되니 살게 없고 워낙 좋아 그냥 갤노트7을 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이 커뮤니티에서 갤럭시노트7을 대체할 만한 제품에 문의를 남기거나 추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 뉴스룸에는 이날 현재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연이은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방침에 따를 수 없고, 충성도 높은 갤럭시노트7 고객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1차 리콜에 따른 시간과 에너지 소모 등의 번거로움을 겪은 상황에서 또다시 단종 사태까지 맞물리자 고객들이 피로도와 실망감이 높아진 셈이다.
게다가 사전예약 구매자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기다린 뒤에야 수령한 경우가 많았던 데다, 이들은 삼성이 물량 조절에 실패하면서 색상조차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던 것도 불만을 크게 높인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은 "2번이나 고통받는 상황에도 삼성전자가 교환이나 환불이라는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만을 소비자에게 줬다" 며 "무조건 환불이나 교환을 하라고 하면 출시된 지 6개월이 넘게 지난 갤럭시S7 등의 구형 제품을 쓰려고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교환 첫날 10만대의 새 갤럭시노트7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매일 5만~6만대씩 추가로 풀어 25일까지 기존 판매물량인 40만대를 채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