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제 20여일 후에는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된다. 이맘때가 되면 주부들은 올해는 김장김치를 몇 포기나 담글지, 재료는 어떤 것을 사용할지 걱정이 많아진다.
최근에는 속 재료만 준비하고 절임배추를 구입해 김장을 담그거나 아예 처음부터 공장에서 담근 가공김치를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김장철에 수입산 김치와 고춧가루, 마늘 등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원산지표시 위반행위가 급증한다는 사실이다.
국내산인줄 알고 구입해 김장을 담갔다가 김치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속이 물러 버려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마다 김장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원산지표시 위반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원산지표시를 보다 꼼꼼하게 살펴 수입산 농산물과 국내산 농산물의 차이점 등을 구분할 줄 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 원산지표시 위반행위 연간 4천여 건 적발, 배추김치 압도적 1위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산지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농수산물과 가공품이 900여개 품목에 달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농수산물과 가공품이 원산지표시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음식점들이 표시해야 하는 원산지 품목은 소와 돼지, 쌀, 배추김치, 광어, 우럭, 고등어, 갈치 등 16개 품목에서 올해 2월부터 콩과 오징어, 꽃게 등 4개 품목이 추가돼 20개 품목으로 늘었다.
원산지표시를 거짓으로 표시해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또한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어찌 보면, 원산지표시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원산지표시 위반행위는 줄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원산지표시 위반행위는 모두 4331건으로 지난 2014년 보다 소폭 늘었다. 이 가운데 거짓표시가 2776건, 미표시는 1555건이었다.
품목별로는 배추김치가 1191건, 전체의 27.5%로 단연 1위였다. 이어, 돼지고기가 1140건(26.3%), 쇠고기 581건(13.4%), 쌀 270건(6.2%) 등이었다.
◇ 원산지표시 대상 업체 128만개, 단속인력 부족 탓에 4년에 한 번꼴 점검이처럼 배추김치의 원산지표시 위반행위가 많은 것은 음식점들이 저가의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제공하거나, 주로 김장철에 국내산으로 둔갑해 비싼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공품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중량을 기준으로 사용한 원료의 2순위까지만 원산지를 표시하되, 한 품목이 전체 무게의 98% 이상을 차지하면 해당 품목만 표시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배추김치는 속 재료인 고추와 마늘, 젓갈 등이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국내산 가공김치라 할지라도 고춧가루와 마늘 등 양념류 채소는 수입산을 사용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지난 2월 법 개정을 통해, 3순위 재료까지 표시하도록 확대하고 배추김치에 대해선 1,2순위와 고춧가루의 원산지를 반드시 표시하도록 강화했다.
문제는 이처럼 원산지표시 규정을 강화했어도 단속 인력과 조직이 절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원산지표시 대상 업체는 전국에 128만개에 이른다. 이 중에 농산물 판매업체가 37만개, 가공업체 14만7천개, 일반음식점 9만2천개, 집단급식소 4만3천개 등이다.
농식품부는 소비자단체와 농민단체 관계자 등 1만8천여명을 명예감시원으로 위촉하고, 수시로 원산지표시 위반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128만개에 달하는 대상 업체를 단속하기엔 역부족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1년 평균 30여만개 업체에 대해서 점검을 벌이고 있다"며 "전국 대상 업체를 감안하면 결국 4년에 한 번씩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에, 일반 재래시장에서 소규모 판매하는 좌판 상인들까지 단속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산 배추김치와 중국산 배추김치의 차이점 (자료=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공)
◇ 원산지표시, 소비자 관심과 참여 필수…국내산 vs 수입산 구별 방법 결국, 원산지표시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서준한 농식품부 식생활소비정책과장은 "원산지표시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아무리 법 규정을 강화해도 위반행위는 줄지 않고 있고, 그렇다고 단속인력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부터는 원산지표시에 대한 홍보와 교육, 계도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제는 소비자 스스로가 원산지표시제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 과장은 "예를 들어 음식점 원산지 표시판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A4(21×29㎝) 크기였지만 올해부터는 A3(29×42㎝) 크기로 확대됐다"며 "이를 지키지 않는 음심적에 대해 소비자들이 직접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원산지표시제도에 적극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산 농산물과 수입산 농산물을 구분하는 방법과 원산지표시 위반 사례 등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올해 김장철에 중국산 배추김치에 속지 않고 국내산 김치를 구입할 수 있을지, 마른 고추는 어떻게 구분해서 사야 할지 고르는 방법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