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문학잡지 『Littor(릿터)』 2호(201.10-11)의 커버스토리는 ‘페미니즘’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과 차가운 담론이 오가고 있는 현장에 '릿터'는 문학의 이름으로 접근한다. 만화가 이자혜의 그림으로 커버스토리의 색채를 더욱 확연히 하며, 여성학자 김현미, 김신현경, 손희정의 글로 한국 페미니즘 역사를 일별한다. 이와 더불어 여성 작가의 시선과 감각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서유미, 김엄지 등의 짧은 이야기(플래식 픽션)와 최지은 기자의 글, 1916년 문단에 데뷔한 최초의 근대 여성 문학인 ‘김명순’에 대한 김혜진 작가의 짧은 평전을 담았다. 이 평전은 100년의 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여전히 제자리인 듯한, 아이러니한 페미니즘의 시간을 곰곰이 되새기게 한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소설 「준비」는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와 그의 일가가 등장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부인 후보가 되어 버린 맬러니아 트럼프를 화자로 한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할 점은 소설 전체가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을 오마주했다는 사실이다.
이번호에 실린 시, 특히 김언의 시는 음미할 만하다.
김언- 물 한 잔의 시간/물 한 잔의 시간에 담긴 물 한 잔의 노트
장정일 -내가 없는 세상/아름다운 구멍
이제니- 나무 공에 의지하여/한 자락
유진목- 동인/백년
기행문, 취재기, 작법서, 예찬기. 다양한 색깔의 에세이는 이번 호에서도 계속된다. 장강명, 이응준, 박태하, 이영훈, 서경식의 연재가 글의 맛을 더해 가고 있다. 소설가 이장욱의 ‘보르헤스적 아우라‘가 넘치는 신작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도 빼놓지 못할 읽을거리다. 2호 인터뷰는 시인 황인찬과 영화배우 김새벽이 그 주인공이다. 정세랑 작가가 진행한 황인찬 인터뷰에서는『희지의 세계』, 그다음으로 나아갈 그의 세계에 대한 주요한 힌트가 담겼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에서 보여 준 설렘, 고요, 몽환적 이미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영화배우 김새벽의 인터뷰는 무척 각별할 것이다. 김새벽을 만나 타인의 삶을 만나는 구체적 행위로서의 독서에 대해 들었다. 리뷰 코너에서는 한국소설, 시, 그림책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신간 2편씩을 소개한다. {RELNEWS:right}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