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서편제'의 한 장면(사진=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한곳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가 들어서기 전인 단관 개봉 시절, 영화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 선 풍경을 자아냈던 서울 종로 단성사는 '영화의 메카'였다.
일제강점기이던 1907년 설립된 단성사에서는, 국내 첫 영화로 알려진 '의리적 구토'(김도산·1919)를 비롯해 당대 민족의식을 고취시켰던 영화 '아리랑'(나운규·1926), 국내 첫 발성영화 '춘향전'(이명우·1935) 등 한국영화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들이 대거 상영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단성사 흥행작 18편을 소개하는 기획전 '관객을 모으는 주술, 만원사례: 단성사 이야기'를 연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당대 기록적인 흥행을 보여준 '겨울여자'(김호선·1977)와 '서편제'(임권택·1993) 등 한국영화 9편과 '십계'(세실 B. 데밀·1956), '대부'(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72) 등 외국영화 9편을 상영한다.
당시 약 5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3년 동안 흥행 성적 1위를 유지했던 '겨울여자', 국내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서편제', 1970년대 개봉 외화 중 손에 꼽는 성적을 기록했던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루이스 길버트·1977), '대부' 등은 모두 단성사에서만 상영한 작품이다.
특히 '경마장 가는 길'(장선우·1991)은 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에서 올해 4K 디지털로 복원한 작품으로, 이번 기획을 통해 복원본을 첫 공개할 예정이다. '십계'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록키'(존 G. 어빌드센·1976)의 디지털 버전도 4K 화질로 볼 수 있다.
기획전 기간인 다음달 5일 시네마테크KOFA 2관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국내 극장문화, 상영기술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는 심포지엄 '은막의 사회문화사: 개봉관의 등장부터 1970년대까지'가 열린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