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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박근혜-김정일 4시간 무슨 얘기 나눴을까?"

정치 일반

    [Why뉴스] "박근혜-김정일 4시간 무슨 얘기 나눴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2002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평양을 방문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비공개 단독회담을 가진 일이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2002년 김정일-박근혜 4시간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잘 알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계속 색깔론을 제기할 경우 공개할 수도 있다고 내비친 그 회담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대남단체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도 "제 눈으로 직접 우리의 놀라운 현실을 보고 그에 대해 찬양하는 발언도 적지 않게 한 박근혜(대통령)"라는 내용이 포함된 공개질문장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공개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김정일 4시간 비공개회담에서 무슨 얘기 나눴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당시 박근혜 국회의원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당시 박근혜 국회의원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회담을 했나?

    = 그렇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찬 전에 배석자 없이(속기사만 대동) 비공개 단독회담을 했다.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의원은 배석자 없는 비공개 단독회담은 "남북회담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남북대화에서 배석자없는 단독회담은 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기피한다"고 말할 정도인데 단독회담을 한 것이다.

    세월이 지난 일이니까 2002년 5월 11일 박근혜 의원(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창당준비위원장)이 3박4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일정은 파격적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전용기를 북경으로 보냈고, 숙소도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초대소의 같은 방을 숙소로 제공했다. 돌아올 때는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귀환했다.

    북한이 대통령도 아니고 정부 특사도 아니고 정부 회담대표도 아닌 박근혜 의원에게 국가원수에 준하는 최상의 예우를 한 것이다.

    (왼쪽부터) 신희석 아태정책연구원 이사장, 박근혜 의원,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 자크 그로하·지동훈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특사가 아니었나?

    = 특사는 아니었지만 남북 양측에서 적극적으로 방북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이 된다. 박지원 위원장이 "당시 박근혜 야당대표의 방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제일 잘 안다. 특사를 요구했는지 특사를 요구하지 않았는지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식 특사는 아니었지만 특사를 요구했다는 걸 시사한 게 아닌가 여겨지는 대목이다.

    당시 박 대통령의 공식 방문목적은 주한 EU 상공회의소 산하의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간 것이다. 유럽-코리아재단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축구공과 의약품을 보내는 등 꾸준한 지원활동을 펼친 단체로 이른바 5.24조치로 남북 민간접촉이 제한된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유럽 상공인들과 함께 여러 차례 방북사업을 벌여온 단체다.

    당시에 방북한 사람은 2002년 방북 때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보면 박 대통령과 신희석 아태정책연구원 이사장, 지동훈 유럽-코리아재단 공동이사장, 장 자크 그로하 전 주한 EU 상공회의소 소장(유럽-코리아재단 공동이사장) 등 3명이다.

    2002년 방북과 관련, 일각에서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방북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통일부의 협조를 받았다.

    정세현 당시 통일부 장관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와 조율되고 국정원과 얘기가 끝난 뒤 방북하기 전 박 의원이 만나자고해서 만났다"고 확인했다.

    그리고 박근혜 의원이 평양에서 돌아올 때 비행기가 아닌 육로를 통해 귀환한다. 동행했던 신희석 이사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밤11시쯤 된 시간에 "위원장님! 박 의원님과 저는 내일 아침 빠른 항공편으로 귀국해야 하는 고로 오늘밤은 이 정도로 실례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순간 김 위원장이 "육로로 가시지 뭣하러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거쳐 돌아갑니까?"라면서 업무지시를 했고 잠시 후 장성택 부장이 '서울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내일 아침 10시 반에 판문점을 통과해도 좋다고 하는 답장이 왔습니다'라고 큰소리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한밤중에 서울에서 대기하던 핫라인을 통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는 신희석 이사장이 2012년 10월, 한 비공개 친목카페와 지인들에게 보내는 메일 등에서 방북 경위를 밝힌 것으로 <박근혜 ‘2002년="" 방북’="" 둘러싼="" 소문의="" 진실은?="">이라는 경향신문 2013년 3월 2일자 기사참조)

    박 대통령은 당시 "북측으로부터 큰 대접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박근혜 국회의원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나?

    = 공개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서너차례의 기자회견과 자서전에서 밝힌 게 전부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정부의 특사'나 '회담 대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식 합의문이나 발표문은 없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과 몇 가지 합의를 했는데 그게 성사가 됐다.

    박 대통령의 방북기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하자면 "나는 이산가족 정례 면회소 설치와 6.25 전쟁 당시 행방불명된 국군의 생사 확인, 금강산댐 남북 공동조사, 북한 축구국가대표단 초청 동해안 철도연결 등을 제의했고 김 위원장은 전부 흔쾌히 수용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귀국직후에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면담 만찬 등 거의 3시간 정도 함께 한 김 위원장의 인상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터놓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우리(남한)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거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등의 호평을 하기도 했다.

    대화하고 있는 당시 박근혜 의원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합의된 내용 외에 다른 얘기는 없었나?

    = 긴 시간 대화를 했으니 많은 얘기가 있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밀회담'이라고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5월 평양 방문을 거론하면서 "사실 평양체류 기간의 그의(박근혜 대통령) 행적을 다 공개해놓으면 '북 체제 찬양, 고무죄' 등 '보안법'(국가보안법)에 걸려 처형되고도 남음이 있다"고 위협하고 있어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궁금증을 더한다.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내용인데 북한 민화협은 19일 공개질문장을 통해 "10여 년 전 공화국 북반부에 와서 우리의 진정 어린 동포애적 환대에 너무도 감복하여 닭똥 같은 눈물도 흘리고, 제 눈으로 직접 우리의 놀라운 현실을 보고 그에 대해 찬양하는 발언도 적지 않게 한 박근혜(대통령)"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지원 국민회의 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에서 '대북결재사건'이니 하면서 계속 색깔론을 제기하는 걸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김정일과 4시간 만날때 대화 나눈거 나는 알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이 태극기를 왜 흔드냐고 했다.... 자꾸 그러면 나도 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화내용을 알고 있고 그걸 공개할 수도 있다는 취지인데 뭔가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된 노무현 정부 당시 관련 기록을 모두 공개하는 대신, 국정원이 보유중인 '2002년 박근혜-김정일' 4시간 비공개 회담 내용을 공개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은 당시 박 대통령 귀환 후에 방북시 있었던 모든 내용을 디브리핑 받았는데 그 동안 비공개했던 모든 자료와 기록을 공개하길 바란다"며 "“도대체 북한에서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길래 북한이 공갈 협박을 하는지 나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실제로 어떤 얘기를 했는지 확인했나?

    = 극히 일부분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으로 퍼즐을 맞췄다. 그렇지만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알고 있는 내용을 공개하거나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내용을 공해하지 않는 이상 또 북한의 속기사가 들어갔다니까 북한이 녹취록과 대화록을 공개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않다면 전체 비공개 회담 내용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북직후인 2002년 신동아 7월호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과는 3시간 정도 만났습니다. 그 중 한 시간은 단독회담이었어요. 김위원장은 가식이 없었어요. 김위원장은 거침없이 답변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가령 이산가족들이 지금처럼 만나면 어느 세월에 다 만나겠느냐, 상설면회소를 설치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거침없이 대답해요. 남북한이 같이 잘사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하면 '내 생각도 그 생각이다'라고 답했어요. 끊임없이 얘기가 이어졌어요. 7·4 남북공동성명을 언급하면서 부친들이 못한 것 우리 대에는 실천되도록 하자고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좋다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내가 또 한번 확인하려고 '꼭 이뤄내겠다고 약속하시겠죠’'하고 물으니 '약속합니다' 그러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를 하려고 마주앉아서 인권이 어떻고 하면 거기서 다 끝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대목을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회고록 논란과 대비해보면 어떻게 될까?

    박 대통령은 특히 김정일 위원장을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 북한의 지도자인 이상 대화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2002년 신동아 7월호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사진=자료사진)

     

    ▶ 북한을 다녀오면 방문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 않나? 박 대통령도 보고서를 냈나?

    = 제출하게 되어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박 대통령이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북한방문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면서 "그 내용은 요건을 갖춘 최소한의 보고서였고 상세한 대화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다만 "국정원에서 비공개회담 내용을 어떻게든 확보했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은 당시 박 대통령 귀환 후에 방북시 있었던 모든 내용을 디브리핑 받았는데 그 동안 비공개했던 모든 자료와 기록을 공개하길 바란다"며 "박 대통령이 방북 전후 정부에 제출한 방북신고서와 방북결과보고서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해 관련 기록이 있다는 걸 내비쳤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4시간 회담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한 부분도 대화내용 전체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나? 그러니 박 대통령이 당시 통일부에 제출한 공식 북한방문결과보고서 외에 국정원이 파악한 회담록 또는 박 대통령의 방북보고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게 당시 정부관계자들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만든 포스터 (사진=더민주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 발언 내용 중 문제가 되는 내용이 있나?

    = 북한이 김정일-박근혜 회담록을 공개한 것이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이 방북하고 돌아온 뒤 기자회견이나 자서전에서 공개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걸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새누리당에서 제기하는 기준대로라면 비공개 회담 자체가 '내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주체사상탑에는 왜 갔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시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던 시점이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사람의 회담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화해협력해서 잘하자는 얘기아니냐? 그걸 종북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좋은 의미로 한 얘기"라고 말했다.

    야당에서 박근혜-김정일 회담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건 무의미한 색깔공세를 그만하라는 것이지 실제로 공개하라는 건 아닐 것이다. 2014년 남재준 국정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문명국가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대에 맞지도 않는 색깔론은 이제 그만해야 되지 않겠나?{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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