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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KB국민,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올 3분기(7~9월)에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1~3분기 누적 실적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섰을 정도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을 지난해에 미리 쌓아둔 것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저금리 환경에도 이자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높아진 것도 이번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162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2% 늘었다. 3분기까지 순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2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이 중에서 신한은행이 낸 당기순이익이 1조5117억원으로 전년대비 20.7% 늘었다.
KB금융지주 역시 3분기까지 1조689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전년동기대비 25.1% 증가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의 누적 순이익이 1조1650억원으로 전년비 20.9% 늘어나면서 그룹 실적호조를 견인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우리은행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조1059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31.6%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한해 순이익(1조59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21일 실적을 발표할 하나금융지주의 1~3분기 당기순이익을 1조12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 역시도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이번 호실적의 주요인으로 지난해 미리 쌓아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을 주목했다. 지난해의 경우 시중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실적이 상당히 나빴는데, 올해는 충담금 부담이 줄어들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충당금 전입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와 33%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3분기부터 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줄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한국 은행(지주)의 밸류 측정을 위해 2015년 실적을 반영해 한계기업 익스포져를 재산출했고 그 결과 제조업 경쟁력 우려가 고조되었던 작년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라며 "금융권 익스포져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10% 감소하며 비교적 잘 관리 중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행들의 여신 규모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의 증가도 호실적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고삐 풀린 마냥 솟구치는 가계부채 급증이 오히려 은행에는 저금리 기조에서 수익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잔액이 지난해 3분기 말 117조71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11조61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88조883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99조314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신한은행도 원화 대출금 전체는 1년 사이에 6% 증가했으나,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7.9% 증가해 이를 웃돌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가 가속화하는 환경에선 이자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위축되는 경향이 큰데, 국내에선 갈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금리가 싼 요구불예금에 몰리면서 은행들이 손쉽게 예대마진을 키우는 등 수익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