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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성추문에 문단 '몸살'…"터질 게 터졌다"

문화 일반

    잇단 성추문에 문단 '몸살'…"터질 게 터졌다"

    (사진=자료사진)

     

    이름난 작가들이 잇따라 성추문에 휩싸인 것을 두고 문단에서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문인은 21일 CBS노컷뉴스에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힘들다"며 말을 이어갔다.

    "술자리였는데, 모 문학과 교수가 옆에 앉은 대학원 여학생에게 계속 뽀뽀를 하는 겁니다. 그걸 당하는 여학생은 거부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요. 다른 교수들, 기자들도 있었는데 못 본 척, 모른 척 고개를 돌리더군요. 그 자리에 더는 있을 수 없어서 빠져나왔어요."

    그는 "그 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는 제가 그렇게 당혹스러웠는데, 피해 당사자들은 얼머나 놀랐겠나"라며 "그런데 도와줄 수가 없더라.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그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 남성 교수는 '나도 하자'며 같은 일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결국 사회 구조적으로 남성과 여성 사이 불평등이 공고한 환경에서, 남성 작가들의 경우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가하는 이러한 행동이 폭력이라는 것조차 인지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SNS에서는 유명 소설가 A 씨가 방송작가, 출판사 편집자 등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위터 이용자 '@n*****'는 이날 "우리 팀이 소설가 A의 수필집을 편집할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진행됐던 토크쇼, 축제 강연 등과 일이 맞물려 우리 팀, 여성 팬 두 명, 방송작가와 A 씨가 술자리를 하게 됐다"며 "(A 씨가 작가의 신체를 만지며) 우리의 신상(주로 결혼했는지, 나이)을 꼬치꼬치 물었다. 방송작가는 프로그램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며 아이템을 하나라도 더 따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신체적 만짐이 도를 넘은 것은 두 명의 여성 팬에게도 마찬가지"라며 "쉴 새 없이 술을 따라달라 하며 몸을 만졌다. 다분히 성적인 농담을 해 (A 씨에게) 질렸으나 권력관계 탓에 아무도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 "문학도들 역시 스승에게 잘 보여야 등단하고 좋은 출판사에서 책도 낼 수 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시인 B 씨가 시를 배울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를 올린 뒤 이에 응한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트위터리안 '@D*****'는 "용기내서 적는다. 작년 미성년자였던 나는 나보다 나이가 스무 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썼다. 몇 시간 뒤에는 "B 씨에게 연락이 왔다. 발언을 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다는 데 공포를 느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h******'도 "성인이 되기 전인 19세 때 겪었던 일이다. 증언에 힘이 되기 위해 올린다"며 "(B 씨가) 명백히 성년이 되지 않은 나에게 불온하고 사적인 연락을 지속했다. 나는 앞으로 한국 문단에 몸을 담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수의 문필업 종사자들의 현혹된 말과 B 씨의 실상을 밝히고 싶어 이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한 문인은 21일 "사실 문학도들 역시 스승에게 잘 보여야 석사, 박사도 받고 등단도 하고 좋은 출판사에서 책도 낼 수 있다"며 "여성 문학도의 경우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이번만 참자' 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위와 정보를 지닌 남성 작가들의 경우 스스로를 현실의 권력까지 넘어서는 '초자아'로 여기기 십상인데, 그럴 경우 실수를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자기 곁에 오는 여성들마저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니 선을 넘어 버리는 현상들이 굉장히 많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문인은 "이러한 작가들은 여성을 그렇게 대하는 것이 권력 관계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이청준 선생처럼 스스로 '벌레'라는 겸손한 자각에 바탕을 둔 게 아니라, 권력에 취해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작가 스스로든, 소속 단체에서든 권력 관계 속에서 나오는 성폭력을 없앨 수 있도록 자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어느 외국 대학의 경우처럼 교수와 제자가 면담할 때 반드시 문을 열어둬야 한다든지, 피해를 입은 여성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인식을 확산시킨다든지, 활동에 있어서 실질적인 피해를 준다든지 문단 내에서 (자정)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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