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자와 미국 북한 전문가의 비공식 만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틀동안 진행된 뒤 마무리됐다.
북한 측은 현지 취재진에게 "현안을 다 이야기했다"고 말했고, 미국 측도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이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과장, 토니 남궁 전 캘리포니아대 UC버클리 한국학 연구소 부소장 등 4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21일 한 차례 만남을 가진 뒤 22일 오전 다시 만나 저녁 때까지 회동을 이어갔다.
이날 장일훈 차석 대사는 현지 취재진과 만나 미국 측이 미리 준비해온 협상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들 정부대표가 아니니까 협상하고 그런 건…"이라고 언급했다. 의제에 대해서는 "현안 문제를 거기서 이것저것 다 이야기하죠. 생각하는 것을"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측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 요구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뭐, 단계별로 했으면 하는데..."라고 말했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과장도 "우리는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북한 측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 미국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기를 원한다는 입장, 미국 측은 핵무기 중단이 우선이라는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 "내 느낌에는 (정부 간 대화까지 가는 방안이) 있을 것 같지만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 회동을 두고 '비공식 민간 접촉'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북한의 대미 핵심 외교라인과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이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은 최근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싸늘해진 국제사회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핵정부가 북핵 위기 국면에서 우선 비공식 민간채널 형식으로 북한과 접촉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