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26일 실적자료를 배포하며 3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3분기에만 3000억 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부담을 극복한 결과라고 과시했다.
'흑자전환'했다는 소식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충당금 부담 극복'이란 단어에는 쉽사리 수긍되지 않았다. '정말 장사를 잘한 것일까?'란 의구심에 대한 답을 수치로 확인해보기 위해 실적자료를 살폈다.
농협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3분기 누적 여전히 618억 원 순손실을 나타냈다. 농협중앙회로 지급하고 있는 명칭사용료를 포함하면 1176억 원의 순익이다.
명칭사용료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의 자회사가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분기마다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는 농협이란 브랜드를 사용해 얻는 수익이 있어 이에 대한 사용료를 농협중앙회로 지급하고 있다.
은행의 충당금은 1조4110억 원에 달하는 데 이는 농협금융의 충당금 1조4597억 원의 96.7%에 달한다. 즉, 올해 상반기 해운ㆍ조선업에 대한 거액의 충당금 악몽으로부터 농협은행이 아직까지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농협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2672억 원으로 전분기 -3612억 원 보다 6284억 원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조1586억 원으로 전분기 1조1691억 원 보다 소폭(105억 원) 줄었다. 가계대출 등의 요인으로 이자이익은 97억 늘었지만, 환율변동 등에 따른 손식 등이 커지면서 전분기 대비 비이자이익이 202억 원 감소했다.
또한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주식 매각, 파생상품 매각, 평가이익 등 유가증권 부문(2786억 원)이 전분기 대비 1460억 원 늘어난 반면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등 기타 부문(-2071억 원)은 전분기 대비 1573억이나 손실이 확대됐다.
농협금융의 영업이익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자이익은 대동소이했으나, 비이자이익에서 손실(-2352억 원) 폭이 전분기(-1489억 원)와 비교해 확대됐다.
세부적으로는 3분기 수수료가 1890억 원으로 전분기(2181억 원)보다 291억 원 줄었고,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 등을 나타내는 기타 부문에서 754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분기(-155억 원)에서 확대(599억 원)됐다.
다시 말해, 농협금융은 금융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예대마진인 이자이익에서는 전분기와 큰 차이가 없었고, 최근 금융권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수수료 수입에서는 오히려 수익을 덜 낸 셈이 됐다.
상반기에는 조선·해운산업에 대한 안일한 대응으로 충당금 폭탄을 맞았는데, 지금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합적으로는 농협지주가 3000억 원의 순익을 냈다고 공표할 수 있겠으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권에 들어오려면 농협은행이 제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의 맏형 격인 은행이 충당금 이슈로 인해 수익을 제대로 못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지주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농협금융은 은행의 충당금 이슈를 제외하고는 이자, 비이자이익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올해 남은 기간동안 이자이익의 확대, 자산 건전성관리에 집중하여 이익증대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