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
올 3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1.0%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마이너스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 파업과 삼성휴대폰 사태 등 일시적 요인도 있었지만 그 근저에는 세계경제 부진에다 중국기업의 추월로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였다. 수출이 성장률을 까먹고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0.3%포인트)보다 더 떨어졌다.
세계경기부진으로 수요가 취약한데다 주요 수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중국의 추격으로 떨어지고 있어 수출 부진과 이로 인한 제조업의 저조한 성장률은 당연한 결과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 새 13개 주요 수출품목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우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4%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국은 3.1%포인트나 증가했다.
특히 조선과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세계적인 공급과잉 속에 우리 기업들이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몰렸다.
우리경제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구조조정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최근의 해운과 조선처럼 경영난에 몰린 부실기업을 정리해야하는 상황이고, 또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국 등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과 업종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대우조선해양 문제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말까지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지 못해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맥킨지가 작성하는 보고서에 근거해 8월말까지 조선업종의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을 정리해 조선업계를 '빅2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이 담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금융위와 산업은행의 입장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중에 산업정책을 관장하는 산업부는 맥킨지보고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위와 산은은 돈을 더 투입해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쪽이다.
금융위과 산은이 대우조선의 생존에 집착하는 것은 파산에 이를 경우 천문학적 자금이 물려 있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두 국책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부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이 파산으로 가면 현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수출입은행의 부실이 문제가 되고, 이 경우 산은과의 통폐합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금융위와 산은이 진짜 두려워하는 이유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오는 31일 조선업종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용은 대우조선을 살리되 일부 사업분야를 없애고 규모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안이 나오더라도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을 포함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시장논리에 따라 분명한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성인 홍익대교수는 "법정관리를 보내서 일단 채무조정을 최대한 한 뒤 그래도 생존할 수 있다면 그때 국가가 돈을 들여서 국유화하면 된다"고 말한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정부와 국책은행이 행사하다 보니 구조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정치논리가 작용하다 보면 이해당사자들이 정부의 결정을 수긍할 수 없게되고, 집단행동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대한 생사는 정치논리가 아니라 법원의 판단에 맡겨 부실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손실을 부담시킨 뒤 그래도 살릴 필요가 있다면 그때 정부가 돈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실업 대책과 직업교육 등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 등을 위한 제도 보완도 정부의 몫이다.
기업구조조정이 대우조선해양에 발목이 잡혀 있다면 공기업개혁은 파업 등으로 난관에 직면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최순실 사태는 또 다른 대형 악재로 돌출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면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설득이 중요한데 정부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돼 이 작업이 더욱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정부가 산업별로 향후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긴밀한 협의 아래 구조조정을 경제논리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이 총재의 화법을 감안하면 상당히 간곡하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이다. 그만큼 우리경제가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