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 또 하네' 29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김태형 두산(왼쪽), 김경문 NC 감독은 올해 가을야구는 점수가 안 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경기도 묘하게 흐르면서 이상한 접전이 이어졌다.(사진=두산, 노컷뉴스)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NC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열린 29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두 팀 사령탑이 꼽은 이번 가을야구의 특징은 같았다. 많은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PS)을 보는데 점수가 많이 안 나더라"면서 "투수들이 역시 집중해서 던진다"고 말했다. LG가 KIA, 넥센과 벌인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PO), NC가 LG를 누른 PO까지 10경기에서 한 팀이 5점을 넘게 낸 경기는 2경기뿐이었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이번 가을야구는 미국에서도 점수가 잘 안 나더라"고 동의했다. 다만 투수력만이 이유는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원래 저렇게 잘 던졌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이상하게 점수가 안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NC는 LG와 3차전에서 양 팀 합계 무려 33개의 잔루 신기록을 세웠다. 사사구도 양 팀 합계 25개 신기록이 나온 가운데 LG가 2-1로 겨우 이겼다. 두 팀의 호수비도 있었지만 답답하게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김 감독이 "정말 1점 내기가 어렵다"고 혀를 내두른 경기였다.
이날도 묘한 상황이 이어졌다. 두산은 이상하게 경기가 꼬였고, NC가 잇따라 호수비를 펼치면서 공교롭게도 접전 상황이 벌어졌다. 정규리그를 달궜던 '타고투저'는 온데간데 없었다.
▲두산, 3회 허경민 횡사 '아쉬움'선발 대결에서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NC 재크 스튜어트에 우위를 보였다. 니퍼트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와 커브로 5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6회 선두 김성욱에게 볼넷을 내보낸 게 첫 출루였다. 또 7회 1사에서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를 맞기까지 노히터 경기를 이어갔다.
스튜어트도 제몫을 해냈지만 니퍼트의 압도적 투구에는 살짝 밀렸다. 스튜어트는 6회까지 4개의 삼진을 잡아냈지만 안타 7개와 볼넷 2개를 내줬다. 그럼에도 무실점으로 위기 관리 능력을 확인했다.
NC가 실점하지 않은 데는 두산의 의도치 않은 도움도 있었다. 두산은 선취점을 낼 기회마다 묘하게 상황이 흘러갔다. 흔들리던 스튜어트를 끌어내릴 호기가 이상하게 사라졌다.
3회가 두산으로서는 아쉬웠다. 두산은 선두 타자 허경민이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김재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득점권을 만드는 듯했다. 이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2루수 박민우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다 2루심과 부딪혀 쓰러졌다. 1루가 빈 가운데 타구를 잡은 스튜어트는 송구하지 못해 김재호가 살았다.
그러나 다시 상황이 돌변했다. 2루까지 간 허경민이 어수선한 틈을 타 오버런을 하다 이를 간파한 NC 수비에 걸려 횡사했다. 무사 1, 2루가 1사 1루로 둔갑했다. 이어진 2사에서 오재원의 안타가 나와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주루코치가 공이 박민우에게 있는 줄 알고 허경민에게 3루 진루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5회도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1사에서 김재호가 좌전 안타를 날렸지만 타임이 인정돼 노플레이가 선언됐다. 당초 김재호는 타임을 불렀지만 투구가 오자 삼진을 면하기 위해 스윙을 한 것. 결국 김재호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으로서는 이후 박건우, 오재원의 안타가 나와 더 아쉬웠다.
▲NC, 박민우-나성범 슈퍼캐치로 기사회생이후 NC는 잇딴 '슈퍼 캐치'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5회 2사 1, 3루에서 2루수 박민우가 '2익수' 자리에서 오재일의 강습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빠졌다면 선취점과 함께 분위기를 내줄 수 있었다.
7회 1사 2루에서는 우익수 나성범이 엄청난 수비를 해냈다. 오재원의 우중간 큼직한 타구를 워닝 트랙까지 따라가 러닝 캐치하면서 바뀐 투수 원종현을 구해냈다. 경기 후반인 만큼 결승점이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나성범이 무위로 돌렸다.
두산은 실전 감각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수비에서도 살짝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7회 1사 1루에서 니퍼트는 NC 4번 타자 에릭 테임즈에게 1루 땅볼을 유도했다. 잘만 하면 병살타로 만들 기회. 그러나 유격수 김재호가 악송구를 하면서 2사 2루 득점권에 몰렸다.
흔들린 니퍼트는 폭투와 볼넷으로 2사 1, 3루까지 맞았으나 이호준을 우익수 뜬공 처리해 위기를 모면했다. 8회 1사 1루에서도 김태군의 타구를 1루수 오재일이 살짝 흘리면서 병살이 무산되기도 했다.
두산은 8회 절호의 기회도 허무하게 끝났다. 2사에서 민병헌의 안타와 크리스 에반스의 볼넷, 허경민의 내야 안타로 만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재호가 NC 3번째 투수 이민호의 2구째에 방망이가 나가려다 멈췄는데 맞으면서 평범한 2루 땅볼이 됐다. 0-0의 균형이 이어졌다.
이날 니퍼트는 8회까지 4탈삼진 2피안타 2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역대 포스트시즌 연속 최다 이닝 무실점 기록(34⅓이닝)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아직 실전감이 돌아오지 못한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산은 9회까지 9안타, 5볼넷을 얻었지만 무득점에 머물렀다.
▲NC도 9~11회 헛심…두산, 11회 행운 속 끝내기NC도 아쉬움은 있었다. 9회 선두 타자로 나온 박민우가 우중간 안타를 때린 뒤 무리하게 2루까지 달리다 아웃됐다.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낼 기회가 날아갔다. 역대 KS 4번째 1차전 연장전으로 간 이유다.
연장 10회도 묘했다. NC는 연장 10회 선두 박석민이 이용찬에게 볼넷을 골라내고, 대주자 김종호의 도루, 베테랑 이호준의 침착한 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성욱의 강습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미처 귀루하지 못한 김종호가 횡사했다.
11회도 마찬가지였다. NC는 1사에서 이종욱과 박민우가 이용찬에게 연속 볼넷을 얻어내 1, 2루 득점권을 맞았다. 그러나 나성범이 바뀐 투수 좌완 이현승에게 유격수 병살타를 치면서 땅을 쳤다.
NC가 잇따라 밥상을 걷어차면서 두산이 다시 기회를 잡았다. 11회말 선두 타자 허경민이 바뀐 투수 임창민에게 중전 안타를 때렸다. 이후 김재호의 뜬공을 NC 중견수 김성욱이 놓치면서 무사 1, 2루가 만들어졌다.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가 눈이 부셨던 김성욱이 위치를 잡지 못했다.
결국 두산은 1사 만루에서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타로 1-0으로 이겼다. 11안타, 6볼넷을 얻은 끝에 처음 얻은 점수는 사상 첫 KS 끝내기 희생 플라이에 의해서 나왔다. 니퍼트가 경기 MVP에 올라 100만 원 상당의 타이어 상품권을 얻었다. 역대 33번의 KS에서 첫 경기 승리팀은 24번 우승했다.
두 팀은 3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두산은 좌완 장원준, NC는 에이스 에릭 해커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