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선발 장원준은 1회초 NC 다이노스 박민우의 강습 타구를 오른손에 맞고 아파했다. 그러나 순간의 아픔은 큰 행복이 돼 돌아왔다. 한국시리즈 2차전 승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장면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3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등판한 좌완 장원준을 두고 "기대 반, 염려 반"이라고 했다.
9월22일 이후 실전 등판이 없었다. 무려 38일만의 선발등판. 두산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자체 청백전을 통해 장원준이 실전 감각을 쌓을 기회를 마련했으나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비가 내렸다.
장원준도 "많이 쉬어 경기 감각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감각을 끌어올릴 다른 방법은 없었다. 실내 연습장에서 최대한 많은 공을 던졌다.
장원준은 1회초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어 박민우가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중전안타성 타구는 장원준의 오른손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다. 공교롭게도 달려오던 유격수 김재호 앞에 떨어졌고 김재호가 1루주자와 타자주자를 모두 아웃시켰다.
순식간에 2아웃을 잡은 성과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장면이었다.
장원준과 호흡을 맞춘 포수 양의지는 1회를 잘 넘겨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전 감각이 부족했기 때문에 첫 이닝이 중요했다. 볼 배합에도 신경을 썼다.
양의지는 "공을 받아보니 힘이 좋았다. 경기 감각 때문에 초반에 맞아도 직구를 많이 던지자 생각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1회를 잘 넘어가서 2,3회부터는 변화구를 섞어가면서 잘 풀어갔다"고 말했다.
1회를 무사히 넘기는 과정에서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낸 그 장면이 컸다.
장원준도 "잘 맞은 타구가 속도가 죽어 유격수 정면으로 가면서 그 덕분에 경기가 잘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장원준은 NC 타자들을 압도했다. 손가락 물집이 아니었다면 완투를 했을 것이다. 9회 2사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10안타를 맞았지만 산발 처리하면서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두산은 NC를 5-1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김태형 감독은 "장원준이 기대 반, 염려 반이었는데 정말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양의지의 볼 배합, 야수들의 집중력있는 수비와 함께 오늘의 승인인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