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경민이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11회말 공격에서 박건우의 좌중간 플라이 때 과감하게 2루에서 3루로 파고들고 있다 (사진 제공=두산)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의 발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신스틸러'였다.
3회말 무사 1루 김재호의 희생번트 때 NC 다이노스의 2루수 박민우가 1루 커버를 위해 뛰다 심판과 부딪혀 넘어졌다. 2루에 안착한 허경민. 3루로 뛰라는 강동우 1루 주루코치의 무리한 사인에 그만 2-3루 사이에서 횡사했다. NC의 불운이 두산의 불운이 됐다.
연장전 11회말에서는 달랐다. 무사 1,2루에서 2루주자 허경민은 박건우의 좌익수 플라이 때 과감하게 3루로 파고들었다. NC로서는 좌중간 방면을 향한 플라이를 좌익수 이종욱보다 어깨가 더 좋은 김성욱이 잡는 게 상책이었다. 그러나 바로 앞 실수 때문인지 이종욱이 타구를 잡았고 허경민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오재일의 우익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나왔고 허경민은 나성범의 어깨가 좋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홈으로 쇄도해 경기를 끝냈다.
세이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시도해볼만한 베이스러닝이었다. 지독하게도 적시타가 나오지 않은 경기였다. 또 더 큰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두산이 아닌 NC였다. 압박감은 본 실력에 영향을 준다. 나성범의 송구는 평소보다 약한 느낌이었다.
허경민의 마지막 베이스러닝에서 2012년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가 떠올랐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오승환은 2-1로 앞선 9회초 무사 3루 위기에 처했다.
이호준이 2루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다. 속도가 느렸다. 유격수 김상수가 홈 승부를 할 경우 역동작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3루주자 최정은 스타트를 끊지 않았다. 타자주자만 아웃됐다.
내야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정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당시 이만수 전 SK 감독이 "공이 너무 빨라 스퀴즈번트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위력적인 오승환을 상대로는 외야플라이를 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 과감한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이 여운으로 남았다.
당시 삼성이 느꼈던 압박감은 오승환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오승환은 "최정이 홈으로 뛰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단기전에서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는 플레이, 특히 과감한 베이스러닝은 효과를 볼 때가 많다. 두산은 한시즌 내내 적극적으로 달렸고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끝까지 이기고 올라가 정상에 섰던 경험도 있다. 자신감이 큰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