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 과거자료를 살피다보니, 부끄러운 개신교의 흑역사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1975년, 최태민씨가 구국선교단을 만들고 활동할 때, 교단차원에서 이를 경계하는 공고도 나왔지만, 많은 주류교단 목회자들이 최 씨에게 놀아난 정황을 볼 수 있다.
1975년 4월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든 최태민은 두 달 뒤인 6월 21일 구국십자군을 창설한다.
당시 신문에 따르면 구국십자군은 목회자와 세례교인을 모집해 매주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반공주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구국십자군 창설 이틀 뒤 예장합동총회는 당시 총회장인 최동진 목사 명의의 공고를 내고 구국십자군에 대한 경계를 당부한다.
당시 예장합동 교단지인 기독신보에 난 공고를 보면 대한구국선교단 명의의 구국십자군이 목사들을 집총훈련으로 유인하고 교회를 현혹시키고 있다며 협력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기독신보는 '소위 대한구국선교단이란 정체가 불투명한 단체로서 그 단체의 총재 최태민이라는 분은 그의 신원을 고계에서는 아는 이가 없으며 그와 동조하는 이들 중에는 정상적인 순서로 목사가 되지 않고 교단 소속이 없는 이들이있다'며 단체 자체의 불투명성과 총재 최태민의 신분에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국가 안보라는 구호 밑에 교리에 벗어나는 집총훈련과 집총을 전제로 십자군을 조직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1975년 예장합동 교단지인 기독신보에 실린 기사. 1975년 7월 12일자(우) 12월 27일자 기독신보에는 각각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예수교대한감리회, 예장통합총회 임원회가 대한구국선교단에 동조하지 말 것을 결의했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출처 기독신보)
합동 뿐 아니라 다른 교단들도 구국선교단에 현혹되지 말도록 단속했다. 1975년 7월 12일자 기독신보에 따르면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예수교대한감리회 임원회는 각각 대한구국선교단이나 구국십자군에 동조하거나 관여하는 일이 없기를 해당 교단 교회에 당부했다.
예장통합총회도 그 해 12월 임원회가 구국선교단과 관계가 없다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교단 산하 교직자와 교인들의 간여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교단 지도부의 권고에도 아랑곳없이 여러 주류교단 목회자들이 최태민의 활동에 동참했다.
당시 경향신문 등은 예장통합 강신명 목사와 예장합동 최훈 목사 감리교 박장원 목사 등이 최태민의 구국선교단에 참여하며 십자군 창설에 나섰음을 보도했다.
또 현대종교 1988년 6월 호에서 탁명환 소장은 최태민이 주도한 1975년 육영수 여사 추모예배에 기라성 같은 기독교계 인사들이 참석해 순서를 맡았다고 고발했다.
주류교단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어 교류를 금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조하며 지지했던 목회자들. 역사가 밝히는 진실 앞에 이들 목회자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