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한미일 동맹 현안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국가안보 정책은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지만 이미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된 상태여서 민감한 안보현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경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방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정권에 대한 신뢰와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된 상황에서도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사드 배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군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사드 문제를 비롯해 다른 안보 현안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한반도 사드 배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4일 "앞으로 8~10개월 안에 사드 포대가 한국에 전개될 것"이라며 "한국에 전개되는 사드 포대는 괌 미군기지의 사드 포대보다 규모가 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내년 말로 예정됐던 한반도 사드 배치를 내년 7월로 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 계획을 포함해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한 우선순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최순실 게이트'와는 상관없이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사드 배치 불변' 입장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가 사드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사드 추진 의지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진=황진환 기자)
◇ 美 전문가 "혼란 지속되면 사드배치 장담 못해"…한일군사협정 '속도전'도 美 입김?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양국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와 롯데간 사드 배치부지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국방부는 당초 올해 안으로 롯데 측과 부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기지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 사드 배치를 위한 실질적인 작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롯데 측이 "성주골프장의 가치가 저평가돼 경기지역 군 소유지와 교환할 경우 배임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롯데와의 협상 완료시한을 내년 1월로 늦추는 등 일정을 조정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한반도 사드 배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벤저민 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지난 3일(현지시각)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현 상황(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한국 국정혼란)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사드 배치를 연기하거나 상황을 고려해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4년전 중단했던 한일 GSOMIA 체결 논의를 재개한다고 전격 발표한데 이어 이달 1일에는 양국간 첫 실무협상을 개최하는 등 일사천리로 협정 체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정부는 이달 안에 협정 체결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GSOMIA를 통해 한미일 3각 체제 강화를 원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협정 체결이 또다시 무산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한일 양국에 협정 조기 체결을 ‘재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드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정부 의지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사드, GSOMIA 등 민감한 안보 현안을 강행할 경우 예상치 못한 반발을 불러와 정책 추진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 정서에 반한 안보 현안의 무리한 추진은 자칫 반미, 반일감정의 폭발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국이 혼란에 빠져 있고, 국민이나 국회가 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요한 군사적 현안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결국 혼란을 틈타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여론에 반하는 정책은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