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사진=김미성기자)
대전 일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붙인 '박근혜 대통령 하야' 대자보를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철거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내용 파악을 위해 뗐다"고 해명했지만, 대자보를 내건 학생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11. 5 '박근혜 하야' 집회 참가 학생에 "어디 학교니?")대전 청란여고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대자보 두 장이 붙었지만, 교사에 의해 대자보가 철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대자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현 시국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날 오전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이 직접 손으로 쓴 전지 크기의 대자보는 운동장 쪽의 건물 벽과 중앙계단 복도에 붙어있었다.
하지만 이 대자보는 1교시(8시 10분~9시)가 끝난 뒤 감쪽같이 '실종' 됐다.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그 의견을 존중받을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해 학생의 인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대자보를 쓴 학생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반발했고, "학생회를 통해 학교 측에 항의하고 얼마 후 대자보를 다시 게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대자보를 뗀 것은 맞다"면서도 "대자보에 실린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교사가 떼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저희가 들은 이야기로는 우리 학교 학생이 붙인 게 아니라 외부 학생이 붙였다고 해서 확인 차 떼서 가져온 것 같다"며 "중앙 현관이 아니라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붙어 있던 것으로 아는데 한 장만 뗐다"고 덧붙였다.
현재 운동장에는 대자보가 붙어 있냐는 질문에는 "후문 쪽에 들어오다 보니 보였는데 지금도 붙어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학교 관계자는 "일부러 떼려고 뗀 것은 아니지만, 다음에라도 다시 그런 대자보가 붙으면 떼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앞서 대전 대신고에서도 학생이 붙인 대자보를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회수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학생들이 A4 용지 두 매에 걸쳐 쓴 관련 대자보가 붙었으나 당일 학교에서 이를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관계자는 "선생님이 걱정돼서 상황을 보고하려고 떼서 가져온 것"이라며 "아이들의 자율성을 해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