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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술 따르는 것도 업무래요"…'출판계 성폭력' 실태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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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에게 술 따르는 것도 업무래요"…'출판계 성폭력' 실태 살펴보니

    언론노조 출판지부, 조사결과 발표… 언어적 성폭력 53.7%로 가장 높아

    10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예민과 까탈을 넘어, 폭력 피해를 증언하다'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은교'로 유명한 소설가 박범신의 성추문 사실이 밝혀진 후, SNS 상에서는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폭로가 이어졌다. 하지만 출판노동자들은 이전에도 일상적인 성차별 발언을 들어야 했고, 원치 않는 신체적 성폭력을 겪어야 했다.

    10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예민과 까탈을 넘어, 폭력 피해를 증언하다'가 열렸다.

    ◇ "선생님 덕분에 늬들 월급 나오는데 네 허벅지 만진 게 그렇게 큰 문제냐?"

    S출판사의 수습사원 성폭력 사태의 '생존자'이자 SNS 상에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출판지부 조합원 탁수정 씨는, 출판노동자들이 직접 겪거나 목격했던 성폭력 사례(서술형 응답, 98명 참여)를 발표했다.

    가장 많은 사례가 수집된 것은 '언어성폭력'이었다. 출판노동자들은 저자로부터 "회사에서 잡아준 호텔이 좋던데 혼자 자기 싫다"는 소리를, 직장상사에게는 "내 말 잘 들어야 너 마케팅 일 잘 배울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 같은 사랑을 해 보자"거나 "편집자와 작가는 원래 다 사귀고 그러는 거 아니야?"라는 말도 등장했다.

    한 여성 상사는 저자와의 술자리 회식에 참여한 여성들 이름을 하나하나 댄 다음에 "얘네 중 한 사람을 고르세요"라고 했다. 이름을 고른 후에는 저자와 해당 여성의 러브샷이 이루어졌고, 저자는 차비라고 동전을 건넸다.

    사업주는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편집자들에게 "저자와의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서 술 따르는 것도 다 너희 업무"라고 하는가 하면, 원로작가와의 만남에서 "우리 애들, 얼굴도 몸매도 너무 예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한 저자는 접대 자리에서 마케터에게 "너 남자야, 여자야"라고 묻고는 "남자면 집에 가고 여자면 가지 마라"고 말했다.

    임신 관련 모욕과 차별 발언도 있었다. 여성노동자들은 상사에게 "배 불룩하게 해 가지고 재수없게 계속 돌아다니고 그러냐"라거나 "둘째 갖는다더니 왜 소식이 없니? 남편 밤일이 시원치 않니"라는 막말을 들어야 했다. 어떤 남성상사는 "티도 안 나고 임신 걱정도 없을 때 이놈 저놈들이랑 많이 자 둬라"라는 성희롱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신체적 성폭력의 유형 역시 다양했다. 원치 않는 키스, 포옹, 허벅지 등 몸 더듬기, 손목 잡기, 블루스 강권하기, 걸그룹 댄스 종용 등에 시달린 경우가 있었다.

    언어적·신체적 성폭력에 항의하면 오히려 2차 가해가 돌아오기도 했다. 한 출판노동자는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당한 성추행을 공론화하려고 했다가 사업주에게 "선생님 덕분에 늬들 월급 나오는데 네 허벅지 만진 게 그렇게 큰 문제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탁수정 씨는 "가장 큰 문제는 갑을관계다. 남성 입장에서의 '구애'는 여성 입장에서는 공포 중의 공포이자 밥줄 달린 스토킹일 수 있다. 더욱 슬픈 점은 유부남 상사나 사업주가 구애해 오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는 점이다. (여성노동자들은) 여기에 응해도, 응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며 "경제생활이 끊겨야 하는 쪽도, '이 바닥 좁다'는 말이 적용되어야 할 쪽도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일상적인 성차별 발언 55.9%, 언어적 성폭력 53.7%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지부장 박세중, 이하 출판지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현직 출판계 종사자 257명을 대상으로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출판지부는 이 중 누락된 4건 응답을 제외한 253건을 실태조사 분석 표본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출판계에 종사하면서 업무와 관련해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지'(복수응답 가능)를 묻는 질문에는 총 247명이 응답했는데, 차별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21.1%(52명)에 그쳤다.

    '성차별'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일상적인 성차별 발언'으로, 55.9%(138명)이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 뒤는 '부당한 업무 역할 구분' 33.6%(83명),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의 불평등' 26.7%(66명), '채용·승진 등 근로조건에서의 불평등' 26.7%(66명), '기타' 4.9%(12명) 순이었다.

    또한 '출판계 종사하면서 업무와 관련해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느냐'(복수응답 가능)고 물은 결과, 응답자 244명 중 직접적 성폭력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는 31.6%(77명)에 그쳤다.

    '지금까지 출판계에 종사하면서 업무와 관련하여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면, 어떤 경우였습니까? 해당하는 경우를 모두 선택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제공)

     

    성폭력 유형별로는 언어적인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53.7%(131명)로 가장 많았다. 특정 신체부위 만지기, 포옹 등과 같은 신체적인 성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32.0%(78명), 착석·술 따르기·노래 부르기·안마 강요·강압적 데이트 신청과 같은 성적 서비스 강요 성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27.5%(67명), 음란물 보여주기 및 신체부위 노출을 포함한 시각적인 성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10.2%(25명)였다. 기타라고 답한 2.0%(5명) 가운데는 '성관계 요구'와 같은 응답도 있었다.

    출판노동자 중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남성 응답자 51명 가운데 '직접적 성폭력이 없었다'는 응답이 60.8%(31명)였던 반면, 여성 응답자 201명 중 22.9%(46명)만이 '직접적 성폭력이 없었다'고 답했다.

    성폭력 가해자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응답자 166명 중 56.6%(94명)가 직장 상사를 첫 손에 꼽았다. 저자·역자는 44.6%(74명)으로 2위, 사업주는 40.4%(67명)로 3위였다. 이밖에 직장동료 12.7%(21명), 거래처 대표·직원 9%(15명), 기타 2.4%(4명)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발생 장소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응답자 164명 중 76.2%(125명)가 업무와 관련된 미팅 장소라고 답했다. 회사 내 개방된 장소 41.5%(68명), 회사 내 밀폐된 장소 13.4%(22명), 전화 통화·문자·SNS·인터넷 공간 12.8%(21명)가 그 뒤를 이었다.

    ◇ 출판계 성폭력 이유는? 가해자-피해자의 '갑을관계' 때문

    출판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출판계의 성폭력 발생 원인 중 1위는 응답자 250명 중 88.4%(221명)가 꼽은 '저자·거래처·상사 등 가해자와의 불평등 관계(갑을관계)'였다. 응답자의 61.2%(153명)는 '문단·출판계 인적 네트워크의 폐쇄성'을, 44.4%(111명)는 '비정규직 확대나 해고 일상화 등 낮은 고용안정성'을, 43.2%(108명)는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대응 매뉴얼의 부재'를 들었다.

    '출판계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제공)

     

    '성폭력 사건 발생 후 문제제기를 했느냐'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응답자 163명 중 77.3%(126명)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응답은 21.5%(35명), 다른 곳에 문제제기했으나 그 내용이 회사에 전달되지 못했다는 응답이 1.2%(2명)였다.

    '회사에 문제제기를 한 경우 사후조치가 이루어졌고 이에 만족했느냐'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응답자 43명 중 '강력한 사후조치가 있었고 그 결과에 만족했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사후조치가 없는 경우가 63.9%(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사후조치가 있었으나 결과가 불만족스러웠다는 경우가 41.7%(15명)였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에 회사가 취한 사후조치'(복수응답 가능)를 묻자 응답자 17명 중 70.6%(12명)는 '가해자에 대한 비공식적인 징계'가 이루어졌다고 답했다.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재발 방지 프로그램 개설'은 17.6%(3명), '가해자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는 11.8%(2명)였다.

    응답자들이 회사 사후조치에 불만족스러워 한 이유(복수응답 가능)는 무엇일까. 응답자 31명 중 71.0%(22명)가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 매뉴얼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부족했다'는 응답이 58.1%(18명), '사후조치 이후 피해자의 입장만 곤란해졌다'는 응답이 35.5%(11명), '조치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응답이 25.8%(8명)를 기록했다.

    문제제기 후 도리어 피해를 본 경우(복수응답 가능)에 대해 응답자 25명 중 68.0%(17명)가 문제제기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었다. 응답자의 24.0%(6명)는 회사에서 업무상 불이익을 경험하거나 퇴사를 권유받았고, 8.0%(2명)는 타 회사로 이직 시 어려움을 겪었으며, 4.0%(1명)는 저자 및 거래처에서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았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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