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신작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가 출간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옛 그림과 소리의 만남을 시도했다. 옛 사람들의 삶이 투영된 그림과 음악은 무엇이고, 그리기와 부르기의 미묘한 접점은 어디에 있는지, 그림들이 연주로, 가곡으로, 판소리로 어떻게 형용되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보았다.
저자가 그동안 우리 것에 천착해온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것이 왜 좋으냐? 왜 우리 가락이 좋고, 우리 소리가 좋고, 우리 그림이 좋고… 왜 좋으냐? 물으면, 저는 다산 정약용의 시로 답합니다. '백가지 꽃을 꺾어다 봤지만 우리집의 꽃보다 못하더라.(折取百花 看不如吾家花) 꽃의 품종이 달라서가 아니라 우리집에 있는 꽃이라서 그렇다네.(也非花品別 ?是在吾家)' 수없이 많은 꽃을 꺾어 봤지만 우리집에 핀 꽃보다는 다 못하더라는 말입니다."(273쪽) "저는 포한의 정서니, 애상의 미학이니… 이런 학술적으로 치장된 설보다 이 시 한 수가 설명 없이 그냥 바로 와닿았습니다. 왜 우리 것이 좋으냐? 우리집에 핀 꽃이라서 좋다, 어쩔 거냐 이거죠."(274쪽)
옛 그림을 해설해오던 저자가 국악에 눈 돌린 인연은 2011년 가을 첫 선을 보인 ‘화통 콘서트’였다. 그 후 2014년 가을에는 ‘풍속화 속 풍류음악’이란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었고, 2015년 봄에는 ‘토요정담’을 통해 국악 작곡가와 함께 조선시대 그림의 음악적 성향을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2015년 여름부터는 국악방송에 게스트로 나가 한 해가 넘도록 옛 그림을 해설하면서 청취자들 옛 가락을 더불어 즐겼고, 재계 CEO들과 함께 옛 그림과 옛 음악을 공부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만남들이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책에는〈월하탄금〉,〈허유와 소부〉,〈생황 부는 소년〉등 60여 점의 옛 그림과 〈백설양춘〉,〈영산회상〉, 거문고, 생황, 비파 등 음악이 서로 스며들어 조화를 이루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에서는 선조들의 독특한 삶의 태도를 '은일(隱逸)'과 '아집(雅集)'과 '풍류(風流)' 등 세 가지 갈래로 나누어 음악이 그림 속에 들어와 앉은 양식을 은근하게 살펴보았다.
첫 번째 주제 '은일'은 숨어 사는 옛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홀로 음악을 즐기는 은사들이 등장하는 그림 위주이다. 산수를 거닐며 음악을 듣고 연주하기도 하고, 속세의 번다함을 떠나 자기만의 세계에 탐닉하는 장면도 있다. 세상 사람과의 절교, 세상 시비와의 절연 등이 소제가 되기도 하고, 수양과 명상 그리고 자연과 독대하는 깊은 성찰의 순간 등이 묘사된 그림들도 있다.
두 번째 주제 '아집'은 아름다운 모임을 일컫는 말이자 그 모임에 들 수 있는 고아한 선비의 풍경을 뜻한다. 마음이 맞는 친구 혹은 선후배들이 서로를 방문하거나, 초대하거나 하면서 시·서·화를 즐기고 술과 음악을 곁들여 교유하는 장면들이 주로 등장한다. 사사로운 교제와는 달리 공식화된 연회도 나온다. 관리나 양반 계층의 나라 또는 집안 행사에는 춤과 노래와 연주가 반드시 동반된다.
세 번째 주제 '풍류'는 여러 갈래의 뜻으로 확장되었는데, 음악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 되기도 하고, 이른바 '농탕한 놀음놀이'를 풍류의 다른 얼굴로 이해하는 부류까지 있다. 풍류의 의미는 세월이 갈수록 변질되었지만 진정한 의미는 '잘 놀자'이다. 남녀상열지사나 유흥을 위한 곁들이로 동원된 그림과 음악을 다룬다.
책 속으로단원 김홍도가 같은 소재로 그렸습니다. <죽리탄금>입니다. 밝은 달이 비치는 숲속에서 거문고를 켜고 있습니다. 그림에 같은 시를 그대로 써놓았습니다.
두 사람의 그림을 한번 비교해보십시오. 어느 것이 문자향서권기, 이른바 문기가 넘쳐 보입니까? 단원은 대나무 숲에서 연주를 하는데 연주하는 앞쪽 전방을 전부 여백으로 비워두었습니다. 거문고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관재 이도영의 그림 <독좌탄금>에서는 거문고 소리들이 대나무에 부딪혀서 되돌아옵니다. 그러니 무슨 제대로 된 연주가 되겠습니까? 그림을 그리더라도 소리가 어떻게 번져나가는지에 대해서까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50쪽)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