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야당은 일주일만에 탄핵안을 만들어 이르면 다음달 2일 국회 표결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김무성 전 대표의 대선불출마를 계기로 탄핵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야권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기 이전인 내년 1월달 안으로 결론이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탄핵추진 실무준비단 제1차 회의에서 이춘석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2野 총리 신경전 접고 탄핵에 올인…다음달 초 탄핵 표결 목표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3일 각각 탄핵추진을 위한 회의를 열어 이번 달 안으로 탄핵안을 완성하기로 했다. 그간 대통령 대행을 대비해 새 총리 선임을 주장했던 국민의당도 야권 공조를 위해 이를 거둬들이고, 탄핵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탄핵추진실무준비단 첫 회의를 열어 탄핵소추안 초안을 다음주 초에 완성한 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만들기로 했다.
간사로 초안을 준비하고 있는 금태섭 의원은 브리핑에서 "이번 주에 탄핵안에 대한 큰 골격을 만든 뒤 준비단에서 검토해 내주 초 초안을 만들겠다"며 "이어 내주 초 토론회 등 법률가단체·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도 탄핵추진단을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전날까지 주장하던 '선 총리-후 탄핵'은 사실상 거둬들였으며, 이달 말까지 탄핵 준비에 몰두하기로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선(先)총리 후(後)탄핵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야권 공조를 강조했다. 총리 선임 문제와 문재인 전 대표 비난 발언으로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 야권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자 자중에 나선 것이다.
탄핵추진단 단장을 맡은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주말까지 탄핵안을 만들고 다음달 초 야3당 협의를 거쳐 단일 탄핵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겠다"며 "다음 달 1∼2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달 30일에 제출될 수 있게 실무적으로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탄핵안을 국회에 보고, 의결하는 과정은 최장 7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본회의가 적어도 이틀 연속으로 열려야 한다. 본회의 일정을 감안했을 때 다음달 1일 보고와 2일 투표 혹은 8일 보고와 9일 투표가 유력하다.
(사진=자료사진)
◇ 일주일만에 정교한 탄핵안 만들어야…증거수집이 관건이처럼 시간은 촉박하지만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정교한 탄핵안을 만드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수사중으로 법원 판결을 받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헌재에서 증거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 등에서 나온 다른 증거자료를 최대한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탄핵안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은 헌재가 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야권이 최대한 힘을 모아 정교하게 탄핵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직무에 관해 헌법·법률을 위배해야 하는데 그 사실은 검찰 공소장에 주로 들어가 있다"며 "국회와 언론에서 확인된 사실도 갖다놓고, 그게 어떤 법률과 헌법 규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적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검찰이 대통령 공모 범위를 언급했지만, 수사 중이라 헌재에서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 단계에서 탄핵 사유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해 제출함으로써 탄핵 결정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안이 완성되면 협의를 거쳐 단일안을 도출하기로 했으며, 양당 지도부가 탄핵안 발의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야권은 탄핵의결 정족수인 국회의원 200명 확보를 위한 설득에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측에 서명을 함께 받아서 탄핵안 발의를 여야 의원 200명 이상이 함께 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논의되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에서 예상보다 빨리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내년 1월 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박한철 소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탄핵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야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한 율사 출신의 민주당 국회의원은 "헌재도 여론이 드높은 상황에서 결정을 몇달씩이나 끌 수 없을 것이다"며 "박 소장이 본인 체제에서 1월 안에 결정을 내리고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