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LG 이병규 (사진 제공=LG 트윈스)
'적토마' LG 트윈스의 이병규는 지난 10월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올해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양상문 감독의 리빌딩 체제 아래 이병규가 설 자리는 없었고 팬들은 시즌 내내 '적토마'를 기다려왔다.
두산이 4회말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기용하자 LG는 이병규를 대타로 내세웠다. '엘~지의 이병규'라는 노래가 올해 처음으로 잠실구장을 뒤덮었다. 이병규는 보란듯이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때려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타석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LG 팬들은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걸어나가는 이병규를 보며 다시 한번 '엘~지의 이병규' 응원가를 목놓아 불렀다. 이병규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발걸음을 1루 관중석 앞으로 돌렸다. 사방을 향해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팬들의 노래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1997년부터 LG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이병규가 LG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선 마지막 순간이었다.
이병규는 25일 은퇴를 선언하고 정든 줄무늬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이병규는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25일)을 하루 앞둔 24일 구단을 찾아가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지만 LG에는 더 이상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24일은 이병규의 42번째 생일이었다. 그날 힘든 결정을 내렸다.
25일 은퇴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병규는 10월8일 타석을 떠올리며 "그게 내 마지막 타석일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여기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며 "지금껏 들은 함성 중 가장 컸던 것 같다. 저런 함성을 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말 마지막까지 은퇴를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는 이병규는 다른 팀에서 뛸 생각도 해봤지만 "1997년부터 지금까지 여기서 뛰었다. LG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병규는 휴대폰을 꺼내 준비해온 글을 읽었다. 후배들에게 밀리면 무조건 옷을 벗겠다고 다짐했고 지금도 안 뒤질 자신이 있지만 그래서 더 아쉽고 서운하다고 했다. 구단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병규는 팬과 구단,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 그의 시선은 잠실 그라운드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