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담길 내용을 두고 정치권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입을 모았지만 헌법재판소 판단의 신속성 등을 고려해 명백한 헌법 위반 사유를 중심으로 소추안을 작성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탄핵안의 역사적인 의미와 국민적 여망 등을 감안할 때 대통령의 위헌‧위법 사실을 모두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28일 각각 탄핵안 초안을 마무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오는 29일 각당의 최종안을 완성한 뒤 이날 탄핵소추안 단일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주최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은 상당히 많은 의사결정을 비선조직이라는 사적조직에 의해 사유화하면서 민주공화국의 국가정체성을 침해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중대한 헌법 질서를 침해한 것" 이라며 "대통령의 한자리수 신뢰도와 주말마다 수백만 명이 촛불을 밝히는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수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의 탄핵) 요건을 인정하는 게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도 "대통령의 명백하고 중대한 헌법 위반 부분은 이미 확인됐기 때문에 이(탄핵) 절차가 진행된다면 (탄핵 결정에)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선택 고려대 교수도 "이번에 탄핵제도가 정상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 헌정체제 전체가 의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윤복남 변호사도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탄핵사유가 된다"며 "국민의 신임을 잃은 지도자에 대한 탄핵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회와 헌재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탄핵안에 헌법 위반사항 외에 뇌물죄 등 구체적인 법 위반 사실을 포함시키는 것과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의 대응', 개성공단 폐쇠 등을 포함할지 등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헌법재판소 부장연구관 출신인 이명웅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때도 탄핵사유가 13가지로 제시됐는데, 헌재가 그 중 3개는 법 위반을 인정했지만 10개는 법위반이 아니라며 일일이 설명했다"며 "뇌물죄 등 새로운 사실입증이 필요한 부분을 넣어서 재판관이 진위를 판단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는 헌법적인 근본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최소한의 사안으로 소추의결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를 맡고 있는 채명성 변호사는 "간명하게 헌법위반과 부정부패 및 뇌물수수, 공금횡령 등에 집중해 소추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개성공단 등 법위반 문제인지 단순한 정책결정사항인지 갑론을박이 가능한 것을 넣었을때 헌재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실제 탄핵 결정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선택 교수는 "탄핵은 형사 처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의 일련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보고 태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말고 (탄핵사유로)쓸 수 있는 것을 다 써라. 헌재가 탄핵 사유들을 하나씩 살펴본 뒤 '더 이상 살펴볼 필요도 없이 탄핵을 인용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세월호 참사같은 중대사건이 생겼을때 제대로된 조치를 하나도 안 했다. 대통령의 직위에 전혀 안 맞는 것"이라며 "사실관계에 대한 확증을 자꾸 이야기하는데 대통령은 소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사실관계 확증은) 끝났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교수도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변론기일을 요구하며 헌재 절차가 늘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이번 탄핵안의 역사성 의미를 감안할때 박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사실을 모두 적는 것에 대한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헌재가 분명히 신속하게 결정한 것이다. 정도(正道)를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윤복남 변호사도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대응방식은 (대통령으로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