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과 이정현 대표(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새누리당 조원진(3선·대구 달서병) 최고위원이 15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3선·전남 순천)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예산만 110억원 챙겨간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요.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정을 수습하기는커녕 박 대통령을 두둔하기에만 바빴던 두 '예산 끝판왕'은 국민들의 세금을 어디에 쏟아부으려는 걸까요?
아울러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피해자다", "박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등 유명한 어록을 남긴 이들의 과거 '막말'들도 다시 조명해봅니다.
■ 조원진이 땡긴 TK 예산만 1000억원29일 현재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꽃'으로 불리는 예산안 조정소위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은 예산안 조정소위와 예결특위를 거쳐 다음달 2일 본회의에 상정되는데요,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 끼워넣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죠.
의원들은 예결위 회의에 참석하는 예결위원들에게 쪽지 예산을 밀어넣습니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눈앞에서 직접 챙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예결위원은 늘 선망의 대상이지요.
CBS노컷뉴스는 예결위원인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의 요청으로 증액된 예산내역을 입수했습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예산안 조정소위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인데요, 한번 살펴볼까요?
조 최고위원이 증액을 건의한 예산 중에서 실제 상임위에 반영된 예산은 1496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이 명시된 이른바 'TK 예산'만 1012억원에 달했습니다. 굵직한 예산 먼저 보시죠.
▲ 첨단의료 복합단지(대구·오송)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예산 380억원 증액
▲ 경북도청 이전부지 개발 사업예산 204억원 증액
▲ 대구 디지털만화 창작전시관 구축사업 예산 70억원 증액
▲ 대구 텍스타일 콤플렉스 인프라를 활용한 섬유패션산업 육성 50억원 증액
▲ 동대구 벤처밸리 기업 성장지원센터 건립 예산 44억원 증액
심지어는 지역구 하수관로 예산까지 국비로 챙기려는 '꼼꼼함'을 보였습니다. 당초 정부안에 없던 예산을 새롭게 끼워넣기도 했죠.
△ 대구 달성군 현풍처리분구 하수관로 설치 예산 5억원 증액
△ 대구 달성군 하빈처리분구 지선관로 정비를 위한 3억 4000만원 증액
△ 대구 동부안심지구대 신축 예산 5억원 증액
△ 대구·경북권에 방문형 유아환경교실 2개소 예산 3억원 (신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자료사진)
■ 이정현은 최소 110억원 땡겼다당내 사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지역구 예산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다음달 21일 사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역구 예산이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물러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매일경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 결과 이 대표의 순천시 관련 예산이 110억원 늘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가운데 유일한 전남 의원인 이 대표가 전남 예산도 챙겼다고 전했습니다.
△순천만 야간경관 조성사업(50억원)
△순천 유소년·청소년 다목적수영장 건립(50억원)
△순천 유소년·청소년 스포츠체험센터(10억원)
△전남 거점고등학교 공공형 골프실습시설(18홀) 확보(100억원)
△전라도 천년기념 상징공간 조성사업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비(24억원)
예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한 전문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권력과 힘의 크기에 따라 지역 예산의 규모가 달라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 할 예산까지 국비로 해결하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조원진 최고위원과 이정현 대표(자료사진)
■ 이 "박 대통령은 피해자"…조 "대통령 위해 기도해달라"최순실 게이트 이후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최고위원이 유난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막말에 가까운 발언 때문입니다.
200만 촛불이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칠 때에도 이들은 박 대통령을 피해자라고 표현하며 두둔했습니다. 보수단체마저 이들을 '병신년 친박 오적'으로 규정하며 등 돌렸는데 말이죠.
이 대표의 발언을 먼저 살펴볼까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미리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나도 연설문 같은 걸 쓸 때 친구 얘기를 듣곤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격이었죠.
또 최순실 게이트를 성경에 빗대면서 "박 대통령은 뱀 같이 간교한 최순실의 피해자"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예수 팔아먹은 유다가 되라는 거냐"며 박 대통령을 비호하는 발언까지 쏟아냈습니다.
조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추진키로 하자 "제2의 정치적 패륜"이라고 몰고가는가하면, 탄핵에 찬성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탄핵을 주도하는 저의가 뭔지 분명히 밝히라"고 일갈했습니다.
겉으로는 박 대통령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박 대통령의 후광을 이용해 예산을 챙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당 내부에서 말이죠.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믿지 못한다면 (친박이) 믿을 건 (지역구) 예산폭탄밖에 없다. 최고위원급 친박 지도부가 어떻게든 12월까지 버티면 예산폭탄 쏟아놓고 지역구 가서 지구전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