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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원수 모독 용납 못해"… 청와대의 끝없는 언론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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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원수 모독 용납 못해"… 청와대의 끝없는 언론탄압

    대통령 7시간, 비선실세 추적 보도 언론에 '응징' 지시

    2일 오전 11시,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언론 통제·문화 검열 규탄 공동 기자회견'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청와대는 문제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했다"

    2일 오전 11시,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언론 통제·문화 검열 규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청와대의 '언론 대응'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두고는 '괴벨스'라 표현했다.

    언론노조는 작고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메모(이른바 '김영한 비망록', 2014년 6월~2015년 1월)를 입수, '심기를 건드린' 보도에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밝혔다. 청와대는 정정보도 청구, 사법 처리, 압수수색, 세무조사 등 다양한 카드를 쥐고 언론사를 끊임없이 압박했다.

    ◇ "언론자유 이름으로 국가원수 모독 용납 못해"

    청와대는 특히 산케이신문의 '대통령 7시간 보도'를 주시했고 집요하게 대응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컨트롤타워로서 빠르고 적절한 지시와 대응을 준비해야 할 청와대가 놀라우리만치 무능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는 한편 의구심을 가졌다. 국가적인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리고 업무를 보았는지는 '국가원수로서의 공적 영역'이었지만, 정부여당은 마치 건드려선 안 되는 '성역'인 것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그 해 8월 3일, 일본 산케이 신문은 '대통령이 사라졌던 7시간'을 다루면서, 박 대통령이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인터넷판에 게재했고,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은 '대통령 모독'을 이유로 한국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당시 청와대도 민·형사상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시사했으며, 가토 전 지국장은 한때 출국금지 조치당하기도 했다.

    김영한 비망록에 담긴 메모를 보면, 청와대가 산케이 신문 보도를 얼마나 못마땅해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8월 7일 메모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할 것이 아니라 ex 산케이 잊으면 안 된다- 응징해줘야 List 만들어 보고, 추적하여 처단토록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을 팀구성토록"이라고 돼 있다. 메모 앞머리에는 한자로 장(長)이 쓰여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옮긴 내용에 붙는 표시다.

    2일 공개된 '김영한 비망록' 중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보도한 산케이 신문 관련 지시사항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8월 9일 메모에는 "국가원수의 경호안전상 대통령의 동선을 공개할 수 없음 - 사생활, 국가안보 운운은 부적절. 산케이 특파원 교체. 출입국 비자 담당관"이라고 써 있고, 8월 10일 메모에는 "산케이 - 대통령 계셨고, 볼 일도 없고 만난 일도 없다. 경호관 1명 지명, 자국민 관심 표명, 외교문제 X, 특정기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대응(法), 언론자유 이름으로 국가원수 모독은 용납될 수 없다"라고, 8월 11일 메모에는 "명예훼손 사범 엄단"이라고 쓰여 있다. "범죄행위", "국가원수 모독은 용납될 수 없다", "엄단" 등 어감이 강한 단어들이 주로 쓰였다.

    10월 6일 메모를 보면, 청와대의 산케이 신문 처리 후 후속대비 내용이 나타나 있다. 청와대는 "이슈화가 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며, 언론사회 반발에는 "일관된 논리로 설명"하라고 지시하면서 강경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설명하라고 돼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12월 17일 "사실이 아닌 내용의 기사로 박 대통령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맞지만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한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면 언론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며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 "본때를 보여야", "근거없는 보도 엄중문책"… 청와대의 '강경한' 언론관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비판적 보도를 참을 수 없어하는 일관된 언론관은 대통령의 비선실세 등을 취재해 온 일요신문·시사저널·세계일보 탄압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7월 2일 메모에는 일요신문 및 시사저널과 관련된 김 비서실장의 발언 및 지시사항이 담겼다. 언론환경이 악회되면서 허위 왜곡보도가 나오고 있고, 정부 신뢰와 권위가 추락하면서 청와대도 비판의 대상이 됐으며, 말도 안 되는 소설(기사)에는 대응수단을 강구하고 대처하되 종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집요하게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회의 결과 정리 메모(비서실장 지시사항)에는 "요즈음 국정운영을 둘러싼 언론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음. 특히 부정확한 보도, 악의적 보도, 허위 왜곡보도로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청와대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며 비판하는 일이 만연"하다며 "허무맹랑하고 불합리한 일방적 지적, 비판에 대해서는 그대로 두면 안 됨. 반드시 정정보도, 언론중재위 제소, 고소, 고발 및 손배청구 등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가도록 해야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므로 철저히 대응할 것(金수석)"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영한 비망록' 2014년 7월 15일자 메모.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에 대해 보도해 온 일요신문, 시사저널에 대한 대응이 담겨 있다.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두 언론사에 대해 "끝까지 밝혀내야-피할 수 없다는 본때를 보여야. 선제적으로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 정부, 홍보수석실 조직적,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쓰여 있는 7월 15일 메모는 청와대 언론관이 선명히 드러난 사례다.

    의원 시절 박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정윤회 씨가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 국정에 관여했다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특종 보도한 세계일보도 청와대의 '탄압'을 피할 수 없었다.

    11월 25일 메모에는 "일단 정정보도 청구 검토"하라는, 26일 메모에는 "적에 대하여는 적개심을 가져야", "세계일보 세무조사 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28일에는 아예 "세계일보 공격 방안"이 나타나 있다. 후속회의 결과, 종편 등의 후속보도로 악화일로 양상을 보이고 있고,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최선을 다해 언론을 접촉해 쿨다운(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노력을 해야 하며, 언론사 상층부 상대 해명을 요구하겠다는 내용이다.

    29일에는 "조선일보(2박스 유출). 문건 찾아 보도경쟁 우려", "신상털기식 보도도 우려-대응방향 조언해야", "검찰수사 촉진-수사로 진상규명", "고소8인 언론대응 방법-지도할 것" 등 보다 구체적인 압박 방안이 담겼다.

    12월 1일 메모는 "외부유출 혼란, 갈등. 국기문란행위 공직기강문란 적폐 중 하나. 비선, 실세 보도도 문제. 선진국 의혹해소. 내용의 진위 유출. 실체적 진실. 속전속결. 장기간 혼란 지속방지토록. 상하불문 문책. 근거없는 보도도 엄중문책"이라는 내용이다.

    '김영한 비망록' 2014년 12월 3일자 메모.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특종 이후 대응 내용 중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사항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세계일보 대응 건에서는 김 비서실장의 '말씀'이 부쩍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언론노출, 개별응대 사태 수습에 도움안되니 의연히 극복해나가도록. 28일 세계일보 보도 후 2차례 항의전화"(12월 2일), "최근 언론보도 상황 – 착잡 – 대통령 충성·사랑은 「자기희생」으로 표현해야. 불만, 토로, 누설은 쓰레기 같은 짓. 좌절감. 적개심, 입조심, 자중자애 극복"(12월 3일), "언론의 무책임 보도, 황색지적 행태 개별적 정리-시정 요구하며 계도토록 해야 -권위지"(12월 9일), "세계일보 보도 파문 고비를 지나고 있음"(12월 10일), "문건유출사건 막바지 금주초 - 조기종결토록 지도. 과거에는 모두 이권개입, 부정부패 사례였음. 부정부패와는 무관. 안보관련 비밀유출사례도 아님. 기강해이이긴 하나 개인 일탈적 성격. 온 나라가 들끓을 사안이 아님. 황색지의 작태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임. 개인적 책임론은 수긍. 언론 포함 대외 대응에 당당히, 의연히 대응 바람"(12월 16일) 등 수차례 등장한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MB 정권 때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했다가 해고된 YTN 해직자(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에 대해, 해고무효소송 대법원 판결 이후 동향을 파악하라는 내용의 메모(11월 27일)가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다. 정권발 '언론장악'의 피해자인 해직언론인마저 '감시'의 대상이 된 것이다.

    ◇ "청와대, 문제제기하는 모든 사람들 적으로 간주"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비망록을 보면 이념 투쟁의 전사들처럼 응징, 처단과 같은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6-70년대 북한과 극한 대결을 벌일 때의 용어들"이라며 "이것이 청와대다. 이 정부의 청와대 인사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문제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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