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정신의학="" 교실="">은 정신과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마음의 병’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정신의학의 숲’으로 안내하는 교양서다.
이 책은 오로지 정신의학에 집중하면서 대표적인 마음의 병들을 총망라하고 질병 하나하나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 사회적인 맥락 등을 분석한다. 발달장애, 히키코모리, 대인 공포와 사회불안 장애, 섭식 장애, 해리, PTSD, 인격 장애, 우울증, 조현병 등을 차례대로 다루면서, 단 한순간도 질병을 외따로 떼어 내서 이야기하지 않고 질병 너머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그럼으로써 정신의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게 돕는다.
저자들은 우리가 병이나 장애라고 부르는 증상들을 다르게 볼 여지는 없는지 묻는다. 예컨대 ‘발달 장애’를 다루는 1장에서 야마토 히로유키는 “발달 장애란 그 자체로는 병이 아니다. 장애라는 말도 부적절할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남들만큼 “잘할 수 없”을 뿐 “각자 나름으로 할 수 있게” 되고, “지니고 있는 힘은 착실히 발달한다”는 것이다.
‘지적 장애’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 장애와 비장애의 기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진다. 그러면서 ‘장애’라는 것을 당사자들이 복지를 누리는 데 필요한 증명서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또한 저자들은 마음의 병이 환경과 시대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같은 병이라도 시대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거나 문화권에 따라 심각하게 대두되는 정신과 질환이 다르다는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컨대 우울증은 30, 40년 전엔 “모든 면에서 질서를 중시하고 꼼꼼하며 타인에게 지극히 신경을 쓰는” 성실한 사람들, 특히 중장년층에게서 많이 발병했던 반면에(멜랑콜리아형 우울증), 21세기 들어서는 자칫 무책임하고 불성실해 보일 수도 있는 우울증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발병하고 있다고 말한다(미성숙형 우울증).
히키코모리나 대인 공포 등을 설명하면서 한중일 삼국을 서로 비교하거나 서양과 비교하는 대목은 우리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예컨대 한국이나 일본처럼 가족 동거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히키코모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반면에, 성인이 되면 집을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서구에서는 홈리스나 반사회적인 행위가 문제라고 말한다. 또 체면과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동아시아에서는 대인 공포가 흔한 대신에 다중 인격은 무척 드물다는 점도 일러 준다.
저자들은 문학, 예술, 대중문화 속으로도 거침없이 들어간다. 예컨대 『호밀밭의 파수꾼』『인간 실격』『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에서 ‘경계성 인격 장애’의 기미를 찾아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인간 실격』은 경계성 인격 장애와 대인 공포가 예전 일본에서는 상당히 비슷한 것이었음을 잘 보여 주는 소설로 매우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즉 주인공은 계속 어릿광대짓을 하지만 그만큼이나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느라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면서도 좋고 싫은 것만은 묘하게 확실해서, 하는 짓은 홀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놈은 아군’ ‘이놈은 적’이라는 분류 작업을 끝도 없이 한다. (……)
다자이를 넘어서는 경계성 인격 장애 창작물이라면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아닐까. ‘중2병’이라는 무구한 것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로봇이 불가사의한 적을 마구 쓰러뜨려 가는 이야기다.”
_본문 145~147쪽(7장. 골치 아픈 사람과 어떻게 사귈까?: 인격 장애)
저자들은 독자들과 환자들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책 곳곳에서 전한다. 책을 시작하자마자 정신의학에서 다루는 병 중 진짜 원인이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고 병과 증상의 경계도 불분명하다고 말했으면서도,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 마음의 병과 싸우는 이들에게는 꼭 나을 수 있다는 확신과 용기를 심어 주려고 애쓴다.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를 다루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괴로운 기억을 반복 재생해서 자기에게 친숙해지게 한다. 그런 과정을 반은 의사의 도움을 빌려서 하고 일부분은 혼자 테이프를 들으면서 한다. 이를 반복해 가면 정말 흥미로운 일이 점차 일어난다.
불안의 정도가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본인이 느끼는 불안을 숫자로 바꾸어 보게 하는데 그 숫자가 차차 작아진다. 그런 형식으로 괴로운 기억에 대한 반응이 약해진다. 즉 떠올려도 끄떡없는 기억이 되어 가는 것이다. (……)
트라우마의 기억이 독을 지닌 기억이라 한다면 점점 그 독이 묽어져 가는 것을, 이 치료법으로 아주 잘 관찰할 수 있다. 치료하는 쪽도 왜 효과가 있는지 잘 알 수 있고, 본인도 왜, 어떤 방식으로 좋아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치료법으로서는 상당히 이상적이다. 왠지 모르게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왜 좋아졌는지를 아는 편이 치료로서는 훌륭하다. 다른 병도 이렇게 낫는다면 정신과 의사도 좀 더 존경을 받을 텐데. 어찌 됐든 트라우마는 쉽게 보아서는 안 되지만, 말끔히 치료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므로 트라우마만큼은 확실하게 알아 두기 바란다.
_본문 129~130쪽(6장. 트라우마는 마음 어디에 있을까?: PTSD)
책 말미에는 정신과 병원에 언제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리고 정신과 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용적인 부록을 실었다.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