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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구조조정 마무리…명분 얻고 실리 잃었다

경제정책

    해운업 구조조정 마무리…명분 얻고 실리 잃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부의 해운산업 구조조정이 현대상선 회생, 한진해운 청산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중단으로 법정관리로 넘겨진 한진해운은 청산이 더 낫다는 실사결과에 따라 법원이 곧 청산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으로 생긴 1조원의 자금을 수혈 받아 독자생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해운업의 장기 불황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던 두 해운사는 이번 구조조정에서 엇갈린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것은 구조조정의 원칙이었다.

    독자 생존을 하려면 부실 책임이 큰 대주주가 응분의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인 만큼 합당한 수준의 대주주 손실분담과 기업의 자구노력이 없이 돈을 지원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지원이 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정서를 깔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해운업 구조조정은 향후 부실기업의 회생과 퇴출을 결정하는 원칙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해운업 구조조정은 실리를 잃었다는 시각도 많다.

    국내 1위,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이 사라지는 반면 살아남은 현대상선이 이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고, 이로 인해 해운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해운업 구조조정은 금융논리가 지배해 부실정리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은 경시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원칙을 고수하며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에는 역량이 부족했던 결과다.

    한진해운은 생존이 결정되고, 세계 1, 2위 해운사가 속한 해운동맹 2M에 가입은 했지만 낮은 수준의 동맹으로 인해 향후 3년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막혀 있다.

     

    2M이 현대상선을 동맹에 가입시켜주긴 했지만 앞으로 3년간 자신들의 동의 없이 새로운 선박 건조를 금지하는 조건을 달았다. 1만TEU급 이상의 대형 선박 발주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선박이 클수록 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이 높아지는 해운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의 성장 가능성이 막혀 있는 셈이다.

    세계의 주요 선사들이 대규모 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결국 이들 선사들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기르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6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해운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우선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토록 하려는 계획이 무산됐다.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은 대한해운에 매각됐고,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도 우선매수권을 가진 MSC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또 2M의 선박 신조 제한 조치로 2조원 규모의 선박펀드 프로그램을 통한 선박 발주도 불가능하게 됐다.

    결국 정부와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진 이번 해운업 구조조정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명분은 얻었지만 실리를 잃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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