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김지후 (사진 제공=KBL)
"제게 와서 하루만 쉬면 안되겠습니까? 라고 직접 얘기하기 전까지는 계속 했습니다"
프로농구 전주 KCC의 추승균 감독은 슈터 김지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비시즌 기간 슈팅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는 답변을 기계적으로 내놓는다. 감독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하게 연습했기 때문이다. 매일밤 3점슛 500개를 림에 꽂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자세히 보면 김지후의 슛 자세는 예전과 조금 다르다. 추승균 감독은 "예전에는 공을 잡고 슛을 던지는 속도가 빨랐다. 지금은 그 속도를 조금 늦춘 대신 슛 궤적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지후는 "부산 kt와의 경기 때부터 그동안 쏘던 방식이 아니로 공을 오래 끌고 가 쏘는 느낌으로 던졌는데 그 슛이 좋았다. 슛 자세가 일정하지 않아 매번 바뀌는데 여러가지 방법으로 쏘다 보니까 하나에 꽂히면 계속 그런 자세로 던진다"고 말했다.
김지후가 말하는 kt전은 지난 11월26일 경기였다. 3점슛 7개를 성공시키며 올시즌 개인 최다인 25점을 터트린 날이다. 슈터는 자세와 밸런스 등 작은 부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규리그 도중 슛 포물선의 각도를 높이는 자세 교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보통 감각은 아닌 것 같다. 이에 대해 김지후는 "그냥 요즘 감이 좋은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kt전부터 김지후는 날아올랐다. KCC는 kt전부터 최근 6경기동안 4승2패를 기록해 하승진, 전태풍, 안드레 에밋 등의 줄부상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 기간 김지후의 활약이 대단했다. 김지후는 최근 6경기에서 평균 18.0점, 야투성공률 58.8%, 3점슛성공률 55.0%를 올렸다. 경기당 6.7개의 3점슛을 시도해 3.7개를 성공시켰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완전히 달라진 팀 공격 시스템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김지후는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전에서 3점슛 5개를 포함, 23점을 기록하며 KCC의 97-59 대승을 이끌었다. 김지후는 KCC가 47-15로 압도한 전반에만 3점슛 4개를 터트려 KCC의 승리에 기여했다.
3점슛을 터트리는 방식도 다양했다. 첫 3점슛은 슈터의 정석이었다. 오른쪽 베이스라인을 타고 45도 엘보우 지역으로 돌아나와 송교창이 코트 정면에서 건넨 패스를 받자마자 도약, 슛을 터트렸다. 이후 속공 찬스에서 베이스라인으로 빠져 오픈 기회를 살렸고 왼쪽으로 드리블을 하다가 슛을 던져 성공시키기도 했다.
김지후는 비시즌동안 움직이면서 슛을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 세트오펜스와 속공을 할 때 슈터의 위치 선정에 대한 추승균 감독의 조언을 새겨듣고 실전에 적용하고 있다.
김지후는 "경기 때 쏠 수 있는 슛과 연습 때 쏠 수 있는 슛이 다르다. 1라운드 때까지는 연습 때 슛이 들어가도 경기 때는 감이 잘 안 잡혔다. kt전부터 슛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감이 부쩍 올라왔다"고 말했다.
KCC는 6승13패로 리그 9위에 머물러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고 김지후, 송교창 등 유망주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를 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지후의 팀내 위상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 김지후가 한번 코트에 쓰러지자 구단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코트 주변으로 달려가는 장면이 있었다. 이를 두고 선수단 사이에서 "지후야, 네가 이 정도다"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결코 농담만은 아니다. 프로 3년차 슈터 김지후의 성장세는 그만큼 가파르다.
추승균 감독은 칭찬만 하지는 않는다. "수비는 아직 멀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또 앞으로 상대팀이 김지후를 많이 견제할 것이다.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리온전에서도 1쿼터에만 두차례 김지후에게 소리를 질렀다. 수비에서 실수를 하고 성급하게 공격 코트로 넘어가다 공을 흘리자 추승균 감독의 목소리가 커졌다.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추승균 감독은 "예전에는 공을 들고 항상 동료를 찾았는데 이제는 공을 잡으면 림을 보고 자기가 먼저 공격을 하려는 자세를 보인다. 그런 장면을 보면 자신감이 많으 붙은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