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개헌파 대 호헌파' 구도로 비치지만, 실제 논란의 초점은 '대선 전이냐, 이후냐'의 시기 문제에 맞춰져 있다.
논쟁 구도를 '개헌 대 호헌'으로 굳히는 데 가장 적극적인 이는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지난 22일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서도 손 전 대표는 "호헌은 기존 체제를 수호하자는 것, 기득권세력과 특권세력, 패권세력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의 주된 표적은 차기 대선 선두 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다.
◇ 손학규, 개헌 대 호헌 구도 정립에 앞장개헌 대 호헌 구도를 통해 문 전 대표에게 1987년 '6월항쟁'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호헌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개헌은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주요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도 문 전 대표는 국민 기본권과 지방분권 확대 등 87년 헌법체제의 개선, 보완을 강조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또 다른 강조점은 정치권의 일방적 주도가 아닌 시민참여형 또는 국민주권식 개헌 논의다.
다만 문 전 대표는 탄핵 정국과 맞물려 내년 대선이 대폭 앞당겨질 게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개헌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3일에도 문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지금은 차분한 개헌 논의를 통해 공론을 모아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하고, 국민 선택을 받는 분이 다음 정부 초기에 이를 실행하면 된다"고 문 전 대표는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문재인도 안철수도 "대선 전 개헌은 어려워"이는 손학규 전 대표가 개헌 연대 세력으로 꼽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와 함께한 지난 22일 토론회에서 "개헌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2018년 지방선거 때 함께 투표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안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비록 국민의당이 바로 다음 날인 23일 '즉각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대선 전 개헌이 불가하면 2018년 지방선거 투표 추진'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결국 문 전 대표나 안 전 대표, 손 전 대표 등 모두가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가운데 대선 전이나 후냐, 시기 문제가 개헌 논란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윤창원 기자)
◇ '대통령 임기단축'도 대선 후 개헌 방편개헌 시기와 관련해 정치권의 대체적 전망은 대선 전은 어렵다는 쪽이다.
이 때문에 적극적 개헌론자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이 차기 대통령 '임기단축'이다.
내년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개헌 임무를 완수하면서 임기를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3년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이후 새 헌법에 따라 21대 총선과 20대 대선을 동시에 치러 제7공화국을 열자는 방안이다.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대표적인데 이 또한 대선 후 개헌의 한 방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은 탄핵 완수가 최우선으로, 당장 개헌은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임기단축 합의가 이뤄진다면 2019년 말까지 개헌을 완성하고 오는 2020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실시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윤창원 기자)
◇ 안희정 "지금 개헌 거론은 '떳다방'식 기회주의"결과적으로 개헌 필요성 자체에는 거의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논란은 자칫 소모적 정쟁으로 흐르며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을 가장 먼저 말한 사람은 저"라며 이에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특히 "이 시기에 개헌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저를 공격하고 있는데 별로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는 같은 날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지금 개헌을 거론하는 것은 이합집산으로 세력을 만들고, 일시적으로 판을 짜자는 ‘떴다방’식 기회주의적 태도"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