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외비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황진환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일명 '잃어버린 7시간'과 관련해 청와대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시중들었던 누군가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증언이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6일 진행한 서울·남부구치소 현장 청문회에서 핵심 증인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참사 당일 오후 2시가 넘어 청와대 관저에서 대통령을 처음 봤다"고 증언했다.
국조특위 위원으로 수감중인 정 전 비서관을 만난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정 전 비서관이 '참사 당일 오후 2시와 5시쯤 박 대통령을 직접 대면했다. 중간에 잠깐 밖에 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오후에 관저에 계속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관저에 또 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누가 있었는지는 대통령의 사생활이라 말할 수 없다"고 버텼다고 한다.
정 전 비서관의 이같은 발언은 세월호 참사 당일 누군가가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정 전 비서관이 다른 얘기는 다 해도 관저와 관련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다만 윤전추, 이영선 행정관은 평소 언제나 관저에 있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정조사 청문회 간사와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 청문회'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만나기 위해 보안동으로 향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영선 행정관은 최순실씨가 서울 강남 모처에서 박 대통령의 옷을 고를 때 휴대폰을 자신의 셔츠에 닦아 깍듯하게 최씨에게 건네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인물이다.
헬스 트레이너 출신의 윤전추 행정관은 청와대 내에서 사실상 최순실씨의 개인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14일 열린 일명 '잃어버린 7시간' 3차 청문회에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연가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청와대의 조직적인 도피 조력 의혹마저 일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대통령 얼굴의 멍자국 등 미용시술과 관련해 "정 전 비서관이 단순하게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소극적으로 시인했다"며 "당시에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경진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내부 보고체계에 대해 물었는데 총평하면 청와대 내부가 일사분란한 총력 대응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며 "참모별로 우왕좌왕하고 정 전 비서관 본인도 상황파악 제대로 못한 점이 읽혀진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에 대해서 물었더니 '대통령 잘 모시고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