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갤러리 노리 이명복 작가
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 가운데 한 분인 이명복 작가가 제주에 자리를 잡고 제주의 모습을 담아낸 지 이제 6년이 지났습니다. 제주에서 적응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따뜻하게 제주를 그림에 담아내고 있는 이명복 작가를 오늘 초대석 시간에 만나보겠습니다. 지난 21일부터 갤러리 노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데요. 지금 전화로 나와 계십니다.
이명복 작가. (사진=제주CBS)
◇ 류도성>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제주에 오신지 7년차가 되신 거죠? 어떻게 제주에 오시게 된 겁니까?
◆ 이명복> 2009년도에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세계자연유산 특별전이라는 전시를 기획을 하면서 제가 거기 전시 작가로 참여를 하게 됐어요. 그때 처음 제주에 답사를 왔었고 그 이후에 2번 정도에 전시를 같은 미술관에서 하게 된 게 계기가 된 거 같습니다. 2010년 2월에 제가 아주 내려왔는데요. 내년 2월에 7년차가 되는 거죠.
◇ 류도성> 2009년부터 제주에서 미술을 하신 건데 그동안 한계를 느끼거나 어려운 부분은 없었을까요?
◆ 이명복> 한계라는 것은 없었지만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장소를 이동하다보니까 제주에 적응하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어요. 그 시간이 3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그 시간 동안 많이 방황을 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아주 재미있게 지냅니다.
◇ 류도성> 그래서 21일부터 갤러리 노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습니다. 전시회가 언제까지 진행되는 건가요?
◆ 이명복> 내년 1월 22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이 되는 겁니다.
◇ 류도성> 그러면 이번 전시회에서 특별하게 담아내고 싶었던 주제가 있습니까?
◆ 이명복> 특별한 주제는 갖고 있진 않고요. 작년 제가 제작했던 그리고 여러 전시회 기획전에 냈던 작품들 중심으로 하고 신작들 해서 주제는 없지만 그동안 4.3이라든지 제주의 인물, 풍경 이런 작업들을 모아서 전시를 하는 건데요. 제주에 그동안 수박 겉핥기, 겉모습만 작업을 했다면 이번 작품들은 주변에서 얘기하기를 제주의 속살이 보인다.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해줘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말씀하신대료 제주 4.3이나 해녀를 많이 다루셨어요. 제주의 역사라든지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셨습니까?
◆ 이명복> 서울에 있을 때는 사실 관심이 있었겠어요? 제주에 와서 초반에 약간 공부를 했죠. 제주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4.3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답사도 좀 다니고 그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4.3도 그렇게 알아봐야 피상적으로 알았던 거고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스터디도 하고 작업을 한 거죠.
◇ 류도성> 어떻게 보면 4.3을 다룬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고 조심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4.3과 관련해서는 어떤 부분을 담아내고 싶으셨어요?
◆ 이명복> 현대사의 큰 아픔. 어쩌면 가장 커다란 아픔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제 그림을 통해 4.3을 재인식하고 제 자신도 그렇고 관람객들에게도 그런 느낌을 주는 게 좋겠죠. 그래서 작품을 통해가지고 관객들이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상상을 환기시키고 어쩌면 경종을 울려주는 현재가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그런 쪽에 많은 것을 담고 싶기는 해요.
◇ 류도성> 그리고 이번에 해녀와 관련해서도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제주 해녀나 여성과 관련해서는 어떤 생각 갖고 계신지 궁금해요?
◆ 이명복> 제주의 여성을 우리가 누구나 얘기 하듯이 부지런하고 강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그 중에 대표적인 직종이 해녀겠죠. 그렇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그동안은 인물작업을 거의 안하다가 이번에 6점 정도를 그렸어요. 그리다 보니까 제가 보기에는 제주여성 한분 한분이 거의 신적인 존재가 아닌가 하는 조금은 과장해서 표현을 하면 그렇게 생각이 들고요. 이런 그림을 통해 어차피 그림이니까 작품을 통해서 그 분들의 삶의 형태, 숭고함, 이런 거를 담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해녀와 관련된 작업하면서 전보다 인식이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까?
◆ 이명복> 아무래도 인물작업을 하다 보니까 더 관심도 많아지고 물론 세계문화유산이 돼서 유네스코에 등재되고 그렇긴 했지만 그걸 떠나서라도 한분 한분의 삶이 굉장히 중요한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작가님을 보고 이렇게 표현을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시대참여를 공통분모로 하는 제주의 대표적인 작가다’ 이렇게 불리시던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명복>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다만 제 주변에 가까운 지인들이 과장돼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 뿐이지 저는 그냥 평범하게 작업하는 거죠. 대표적인 작가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그동안 작업했던 게 정치, 사회, 국가 권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작업을 하다가 제주에 내려왔으니까 제 주변에서는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 류도성> 앞으로 제주의 또 어떤 모습을 담아내고 싶으세요?
◆ 이명복> 매년 4.3에 대한 문제는 1년에 1점씩이라도 큰 작업을 의무적인 건 아니지만 꼭 하고 싶고요. 아까 제가 말씀드린 인물에 대한 문제, 그동안 신경을 안 썼다가 이번에 작업을 하다보니까 상당히 끌리는 점도 있고 의무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게 인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쪽에도 치중을 하고 그럴 생각입니다.
이명복 작가의 해녀 작품. (사진=이명복 작가 페이스북 캡처)
◇ 류도성> 인물이라 한다면?
◆ 이명복> 제주의 여성이죠. 일하는 여성들, 그냥 일하는 여성이 아니라 우리 어머니 같은 따뜻한 폭이 넓은 제주의 여성, 우리의 할망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해볼 생각입니다.
◇ 류도성> 이번 전시회가 끝나고 나서 외국에서도 전시회가 예정이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까?
◆ 이명복> 내년 4월에 오스트리아에서 코리아 임프레션이라는 주제로 위인전이 있어요. 제가 제주에서 작업을 한 12점해서 오스트리아로 보내면 거기서 전시를 하는 게 있고요. 7월에는 제가 매년 한 달 정도 체류를 해요. 가서 심포지엄에 참여를 하고 전시를 오스트리아에서 하고 그 전시 작품을 터키에 가서 또 하거든요. 그런 기회가 있고 국내전 같은 경우는 내년 4월에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에서 개인전이 4월에 또 잡혀있거든요. 오스트리아에는 가지는 못하고 그림만 보내고 광주 시립미술관도 정진을 해야죠.
◇ 류도성> 작가님의 작품을 오스트리아나 터키에 전시하는 의미를 따로 둔다면?
◆ 이명복> 어쩌면 극히 개인적인 거죠. 그렇지만 내년 4월에 오스트리아 전시는 제주도가 주제거든요. 지난번에 오스트리아 화가들께서 10월 달에 왔었어요. 그분들이 여기에서 스케치를 하고 가지고 갔거든요. 그래서 주제가 제주가 될 겁니다. 제주를 알리는데 좋은 기회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그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했던 거 앞으로 할 거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작가님은 앞으로 어떤 화가로, 어떤 그림을 그려내는 작가로 남고 싶으세요?
◆ 이명복> 어려운 얘기죠. 나이가 더 들어서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작가 그리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화가로, 또 하나는 잊혀지지 않는 화가로 남는 게 바람이죠. 잊혀지면 서럽잖아요.
◇ 류도성> 제주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선배 예술인으로 후배 예술인들에게 조언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이명복> 조언은 주제넘은 얘기 같고요. 같은 일을 하잖아요. 예술가들이 각자 열심히 하고 작업을 하고 정직하게 작업을 했으면 좋겠고요.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있죠. 그렇지만 이건 제 생각일 뿐이지 얘기 잘못하면 큰 일 납니다. 후배들이 더 잘하고 있으니까요.
◇ 류도성> 후배예술인들 만나면 어떤 얘기 많이 하십니까?
◆ 이명복> 자기 자신에 투자를 많이 하라고 그래요. 제주도 작가들이 굉장히 바쁘거든요. 저는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 작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야 되고 보여주는 시간은 짧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많은 작가들이 너무 전시하는 것에만 치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젊은 작가들을 만나면 전시라는 것은 밑에서 엄청난 양의 것을 쌓아놓고 일부분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빙산의 일각을 보여주는 건데 그게 거꾸로 되면 넘어진다. 한계가 금방 올 것이다. 주제 넘게 조언을 하죠.
◇ 류도성> 그런데 제주가 문화예술을 하기에는 워낙 환경도 열악하고 인프라도 열악하기 때문에 그렇게 자기를 앞으로 내세우고 알려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 이명복> 네. 그런 측면도 있죠. 그렇지만 좋은 작품을 선보여야죠. 똑같은 작품을 계속 선보이면 대중들이 일단 식상하잖아요. 매일 그 작가는 똑같을 걸 내면 재미가 없고 관객은 새로운 걸 항상 보고 싶어 하는데 똑같은 작품이 계속 움직인다면 저걸 또 어디서 봤는데, 저걸 또 어디서 봤다 그러면 별로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작가가 그냥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많은 공부를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공부로 축적된 게 그림으로 나와야 되거든요.
◇ 류도성> 혹시 행정의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 없으십니까?
◆ 이명복> 요즘에 제주도가 문화에 대해서 관심도 높고 이런 건 알고 있는데 너무 말로만 많이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작품 기증문제, 미술관 설립, 비엔나 얘기가 많잖아요. 성과 위주로 모든 것을 도정에서는 지원도 하구요.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고서 진중하게 생각을 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류도성> 오늘은 갤러리 노리에 이명복 작가를 만나봤는데 작가님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 이명복> 제 전시가 한 달간 진행되니까요. 언제든지 오셔서 저의 사는 얘기, 그대들의 사는 얘기, 그림 얘기도 하고 또 많은 대화가 오갔으면 좋겠어요. 그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저에 대해서 의문 나는 게 있으면 와서 보시고 작가 얼굴 보면서 정답게 얘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 류도성>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갤러리 노리의 이명복 작가였습니다.시사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