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가 국제 지급결제 네트워크사인 비자(VISA)와의 계약위반으로 5년 넘게 매달 5만달러씩 위약금(penalty)을 물고 있다. 지금까지 낸 위약금만 3백만달러가 넘지만 해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비씨카드가 계약위반을 한 것은 두 건이다.
하나는 중국에서 발급된 비자로고가 있는 은련카드의 국내 지급결제분에 대해 은련카드망을 이용해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자로고가 있는 비씨카드 소지자들이 미국에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이용할 때 미국 최대 ATM업체인 스타네트워크(StarNetwork)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씨카드가 비자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두 경우 모두 비자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다른 망을 이용하거나 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비자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각 건에 대해 매달 2만 5천달러씩, 모두 5만달러의 위약금을 비씨카드에 물리고 있다.
비씨카드는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201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2015년 2월 취하했다. 이후 양자간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조금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비자와의 계약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고객의 선택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계약을 지킬 수 없는 노릇 아니냐는 입장이다.
비자로고가 붙은 은련카드를 가진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카드를 결제할 때는 이 카드의 승인과 정산 등의 결제 절차가 비자망이나 은련망 어느 쪽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
은련카드 역시 해외에서 은련망을 통해서 결제가 이뤄지는 글로벌 카드이기 때문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비자망이 아닌 은련망을 타면 고객입장에서 물어야 할 거래 수수료가 더 싼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은련카드의 매입사로서 비씨카드가 고객이 은련망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ATM을 이용하는 고객도 마찬가지이다. 스타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비자에 내는 수수료 1%를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비자망을 이용하지 않는 것인데 비자망을 이용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대해 비자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비자와 맺은 계약은 당연히 준수돼야 하고 이를 어기면 계약에 명시돼 있는대로 위약금을 물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자코리아 관계자는 “비씨카드의 계약위반 사실은 명백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다. 비자로서는 위약금을 물리기 전에 수년 전부터 계약위반 사실을 지적하고 시정토록 요구했는데도 시정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위약금을 물리게 된 것이다.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계약을 준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면에 비자로고가 붙은 카드는 해외에서 사용할 때 비자망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너지면 비자는 존립할 수 없다. 은련카드 고객도 전면에 비자로고를 붙일 때는 해외 결제 때는 비자망을 이용한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도 비씨카드가 고객의 선택권 운운하며 비자망 이용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비자와 거래하는 전 세계 200개국의 17,000여 금융기관 가운데 비씨카드와 같은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비씨카드와 비자 모두 계약해지 쪽으로 가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국제적인 지급결제네트워크를 가진 비자와 관계를 끊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비자코리아 관계자도 “계약위반했다고 계약해지하는 것은 비자 규정에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비씨카드가 계약위반을 인정하면서 위약금을 계속 물고 있는 것은 은련망을 이용해 매입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이 위약금 지불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의 위약금 지불사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현재와 같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