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 사무총장 (사진=제주도 제공)
개헌을 위해 임기를 줄일 수 있는지 여부는 대선 주자들 사이에 뜨거운 이슈로 자리잡았다. 임기단축 여부가 곧 개헌 추진에 대한 의지 표명으로 읽히면서 일부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가세하며 불을 붙였다. 자연스럽게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움직임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 潘 임기단축 열린 입장 취하자 국민의당 등 개헌파들 '환영'반 총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충청 출신의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을 미국에서 만나 개헌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반 총장은 총선과 대선 임기를 맞추기 위해 한시적으로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반 총장이 임기단축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은 국회 개헌 특위가 구성되는 상황에서 개헌파 세력을 최대한 포섭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개헌의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내려놓기'를 통해 진정성을 강조하며 승부수를 띄우려는 것이다.
반 총장의 의도는 일부 먹혀들었다. 개헌과 임기단축에 대해 열린 입장을 취하자 정치권은 술렁거렸다.
반 총장 측과 물밑 접촉을 해온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8일 기자들을 만나 "반 총장이 개헌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환영한다"며 "임기단축도 개헌을 위해 열린 자세로 임하는 것이 필요하지, 자기 생각만 고집하면 개헌은 되지 않는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다른 대선주자들도 개헌을 위한 임기단축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다"며 "아직 당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는 안해봤지만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선후보 모두 매우 구체적으로 개헌 공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개헌특위를 굴러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는 개헌이 이뤄진다고 확신한다"고 밝혀 임기 내에 개헌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즉각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당 뿐 아니라 대선 전 개헌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제3지대에도 반 총장의 개헌 '시그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文 언제까지 방어벽만 칠 수 있나"…내외부 압박 거세져반면 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측면으로 압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대선 전 개헌과, 임기단축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입장으로 방어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야권 주자들이 임기단축 가능성을 열어놓고 개헌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문 전 대표에게 부담이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만이 임기단축 등에 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 시장과 박 시장의 경우 초반보다 개헌 추진에 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연대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에도 임기단축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즉각 개헌 추진이라는 당론을 받아들이면서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개헌 특위 위원을 신청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선주자들이 임기를 일부 포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이같은 질문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문 전 대표도 언젠가 명확히 밝혀야 할 부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한 "개헌 필요성을 공감하는 의원들이 모두 '비문', 또는 '반문'으로 비쳐지는 것이 안타깝다. 정치권의 개헌 움직임을 특정 세력을 뛰어 넘는 것으로 간단치 않다"며 "문 전 대표도 방어벽을 치기보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