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KEB하나은행의 가드 김지영 (사진 제공=WKBL)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의 이환우 감독은 2일 오후 7시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환우 감독대행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져서 화가 납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열린 KEB하나은행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환우 감독대행이 유망주와 부상 재활 중인 선수 위주로 출전하는 퓨처스리그 경기 승패에만 민감했던 것은 아니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내용이 아쉬웠다. 특히 '지염둥이'로 불리며 코트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신인 가드 김지영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많이 느낀 것이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강이슬과 김지영이 김정은의 복귀 이후 '공격할 사람이 많은데 내가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특히 김지영은 오늘 퓨처스리그에서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자극적으로 얘기했다. 퓨처스리그 경기도 정식 시합이니까 1분이든 30초든 자신이 보여줄 부분을 보여주고 스스로 조절하면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인답게 2군 무대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달라는 조언은 김지영의 각성으로 이어졌다.
김지영은 2일 오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홈경기에서 팀내 가장 많은 13점을 기록하며 KEB하나은행의 58-48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까지 2점에 그쳤던 김지영은 후반에만 11점을 몰아쳐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김지영은 3어시스트 2리바운드 2스틸을 보탰다.
김지영은 경기 후 "퓨처스리그와 1군 경기를 다르게 뛰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어디에서도 100%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1군 경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지영의 각성을 이끈 장면은 또 있었다. 김지영은 2쿼터 종료 버저와 동시에 슛을 던졌다. 공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그러나 슛 시도보다 버저 울림이 더 빨랐다.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김지영은 웃었다. "그게 들어가고 내가 슛 감각이 좀 있구나 생각해서 후반에 많이 던진 것 같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자신감을 얻은 김지영은 후반 들어 거침없이 림을 공략했다. 김지영은 팀이 41-36으로 앞선 4쿼터 초반 3점슛과 골밑 레이업을 연거푸 성공시켜 순식간에 점수차를 10점으로 벌렸다. KEB하나은행이 결정적으로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김지영은 최근 주춤하다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지영은 "실력보다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 기대치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다보니까 너무 성급하게 해서 실수가 많아 주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신인왕 후보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KB스타즈에 입단한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는 이날 20분동안 출전해 2점 3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했다. 경기는 김지영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김지영은 "신인왕 싸움에서 내가 유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박지수 선수는 높이가 있으니까"라고 말하면서도 "(박지수와의 맞대결이) 주목받으면 더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그래도 너무 신경 쓰지 않고 하던 것을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