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틀리프 (사진 제공=KBL)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 삼성의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특별귀화가 추진될 전망이다. 라틀리프가 먼저 '한국 여권'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면서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대표팀 귀화 선수 영입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주 대한민국농구협회와 KBL, WKBL 수뇌부가 모여 회의를 했다. 라틀리프 때문에 모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농구계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일정을 공유하는 회의를 진행해왔다. 자연스럽게 라틀리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회의에 참석한 KBL 관계자는 "남자농구 대표팀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귀화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동안 논의가 있었던 부분이라 새롭게 떠오른 화두는 아니다. 일단 협회는 라틀리프가 먼저 귀화 의지를 밝힌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라틀리프가 라틀리프가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의 추천과 법무부의 승인이 필요한 특별귀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겠다는 자세다.
라틀리프의 특별귀화가 추진되면 대한민국농구협회보다 KBL이 더 바빠질 전망이다. 라틀리프가 KBL 리그에서 뛸 때 어떤 신분으로 뛰어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라틀리프가 특별귀화를 할 경우 그 목적은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KBL이 한국 국적을 보유하게 되는 그를 외국인선수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다만 완전 귀화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라틀리프는 혼혈 선수도 아니다. 그러나 특별귀화라 해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를 외국인선수로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만약 라틀리프에게 완전한 혹은 제한된 국내선수 자격을 부여할 경우 먼저 소속팀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따져봐야 한다. 드래프트를 통해 소속팀을 결정할 수 있고 아예 라틀리프에게 FA 자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
라틀리프에게 어떠한 형식이든 국내선수 자격이 부여되는 순간 그는 당장 리그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국내선수가 되는 순간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은 라틀리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라틀리프, 더 나아가 KBL에서 뛰는 특별귀화 선수에 대해서는 연봉상한선을 두는 대신 국가대표팀 수당을 강화해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이는 특별귀화의 가장 큰 목적인 국가대표팀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아예 제한을 풀 수도 있다.
통합 프로농구 리그가 출범한 일본의 경우 귀화를 통해 일본 국적을 취득한 선수는 귀화선수로 따로 분류한다. 외국인선수 2명과 귀화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다. 귀화선수 보유 여부는 구단의 선택이다. 혜택은 크다.
일본도 한국처럼 외국인선수가 총 6개의 쿼터에 뛴다. 두 쿼터에는 2명이, 나머지 두 쿼터에는 1명이 뛴다. 그러나 귀화선수는 외국인선수 1명이 뛰는 두 쿼터에 함께 뛸 수 있다. 귀화선수가 있으면 8개 쿼터 출전이 가능한 것이다. 외국인선수 2명이 뛰는 두 쿼터에 '외국인선수 1명 + 귀화선수' 조합을 내세울 수도 있다.
만약 일본프로농구리그의 방식을 따른다면 국내 프로농구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귀화선수 확보를 위해 달려들지도 모른다. 이 경우 국내선수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KBL는 귀화 혼혈선수 제도를 실시한 바 있다. 한국인의 피가 섞인 선수에 한해 귀화 이전에 국내선수 자격을 부여해 KBL에서 뛸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귀화 혼혈선수 제도가 폐지된 상태다. 혼혈선수라 해도 먼저 귀화를 해야 KBL에서 뛸 수 있다.
전태풍, 문태종, 문태영 등 귀화 혼혈 선수의 경우 국내선수와 거의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다만 한 팀에서 3시즌 이상 뛰지 못하도록 하는 추가 조항이 있었다. 이는 귀화 혼혈 선수의 기량이 출중하기 때문에 전력 평준화 차원에서 마련된 조항이었다. 라틀리프에게도 이와 비슷한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
오히려 라틀리프의 특별귀화 추진 자체는 쉬운 일처럼 느껴진다. 특별귀화 이후의 일은 매우 복잡하고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특별귀화 선수의 등장은 전력 구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10개 구단의 생각도 각기 다를 것이다.
KBL 관계자는 "특별귀화 추진은 협회가 주관하는 일이다. 우리는 귀화 이후 해당 선수의 KBL 내 처우를 고민해야 한다.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정해진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각 구단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