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우리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 문제 등 각종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난감한 상황에 빠진 가운데 주무부처인 외교부 윤병세 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윤 장관이 현재까지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철거 문제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저자세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일본이 위안부 합의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철거의 논거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윤 장관도 '외교 수장'으로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최근 연두 업무보고에서 '지난 4년의 성과' 중 하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을 꼽았다. 또 합의 당시 기준으로 생존 피해자 46명 중 34명이 재단사업 수용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위안부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를 흔들림없이 이행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밝힌 셈이다. 윤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중에는 고마워하는 분이 더 많이 계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는 준비 과정부터 체결 이후까지 일부 피해자 할머니와 야권,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왔다.
이 문제의 경우 다른 정책과 달리 전쟁범죄와 관련한 인도적 문제이며 피해자들이 생존해있다는 점에서 보다 폭넓은 의견수렴과 설득 과정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장관은 그러나 '졸속 합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대로 밀어붙였고, 현재 일본 측의 강공과 국내의 성난 여론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부로서는 반대 여론을 제대로 고려, 감안하지 못한 실책이 있었던 것"이라면서 "외교 수장의 잘못된 리더십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를 둘러싸고 급기야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등 국민 감정을 촉발시키는 외교적 결례까지 저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지난 6일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 중단과 대사와 총영사를 일시 귀국 조치하는 등 갈등이 시작된 이후 닷새가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윤 장관은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묵묵부답이다.
윤 장관은 일본과의 외교갈등이 시작되자 주한 일본대사를 사실상 '초치'했지만 유감표명 등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인도적 문제를 10억엔이란 돈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합의"라면서 "윤 장관으로서는 최소한 피해자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는 실책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이 부분(위안부 합의)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게 되면, 자신의 과거를 자신이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셈 아닌가. 이는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입각한 윤 장관이 '오(五)병세'란 별명을 얻으며 자리를 지켜온 것도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나 위안부 합의 등 굵직한 외교안보 이슈가 터질 때마다 야권의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시행함으로서 살아남은 것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