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만 굳어지면 해볼 수 있어요. 급한 건 빨리 2등을 차지하는 겁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캠프 관계자들이 사석에서 종종 하는 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마찬가지이다. 촛불 민심으로 올라선 2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굳히려 노력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판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로 굳건한 가운데 이제는 1차 경선에서 2위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보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현재의 지지율을 놓고 봤을 때는 '1강(문재인)-2중(이재명, 안희정)-2약'(박원순, 김부겸)으로 판세가 분석되는 상황.
여기에 지난 2012년 경선룰처럼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 속에 이재명과 안희정의 불꽃튀는 2위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이재명 하루 간격 출마선언...문재인 대립각 예고
최근 지지율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이 시장을 추격하고 있는 안 지사는 5명의 주자들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 테이프를 끊었다.
안 지사는 22일 대학로 소극장에서 '5시간 연속 즉문즉답'이라는 파격적 형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시대교체'를 앞세운 그는 친노 세력 식구인 문재인 전 대표와도 각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문빠'(문재인 열성 지지자)가 너무 세서 경선 하나마나라 하는데 친노 그룹을 띄엄띄엄 알고 있는 것"이라며 "시대 정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쉽게 띄우고 가라앉히는 민심과 같은 것이 친노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니가(네가) 동생이니 다음에 하라 하면 얼마나 빈정 상하겠느냐"며 "문재인 지지자들도 제 경선과 비전에 대해 똑같이 열린 마음으로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 지사는 최근 문 전 대표의 사드 배치와 관련한 애매한 태도,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 등을 비판하며 안보 문제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경선이 시작되면 네거티브는 자제하더라도 정책 분야에서는 과감히 맞서 비문 세력 뿐 아니라 친노 그룹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혜성처럼 떠오른 이재명 성남 시장은 23일 자신이 어린 시절 일했던 성남의 한 공장에서 출정식을 열 예정이다.
지지율은 다소 빠지는 추세지만 잠재력이 확인된 만큼 '빈민 소년공 출신 대통령 후보'라는 이력을 다시 환기시키고, 전국적으로 시선을 끌었던 성남 시정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실력있는 진보'를 내세울 계획이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기각에 대한 입장 등 민감한 현안을 '공개 질의'하고 있는 상황. 문 전 대표 측과의 '서울시장 밀약설' 등도 일축했다. '사이다'라 불리는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비문 세력을 규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나름 탄탄한 정치 이력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촛불 공동 경선'은 결선투표를 추진중인 국민의당의 입장이 완고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1강-2중-2약' 체제가 굳어질 경우를 대비한 이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특정 후보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 潘 마음에 안들면 黃 내세울까?...대통령 같은 기자회견 예고
범여권 가운데 이른바 '정통보수'를 표방하는 쪽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에 따른 컨벤션효과와 이후의 활발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정체 상태인데 반해 황 총리의 지지율은 예사롭지 않다.
리얼미터(의뢰자 매일경제 레이더P)의 지난 16일~18일 여론조사에서 황 총리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4.0%였다. 이 수치는 반 전 총장을 포함했을 경우 범여권 후보 가운데 2위이자 여야 후보를 통틀어서도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 공동 5위다.
지난 10일~12일에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대표(7%), 안희정 충남지사(6%)에 이은 6위(5%)를 기록했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의 21%, 바른정당 지지자 가운데 11%가 황 총리를 차기 대선후보자로서 지지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참조)
특히 반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등 보수 정체성에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경우 정통보수의 대안으로 황 총리의 이름이 더욱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황 총리는 23일 신년기자회견을 갖는다. 10분 가량의 모두 발언에 50분 질의·응답 등의 순서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대통령급(級)의 기자회견인 셈이다.
황 총리 측은 이번 회견이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과 중점 추진 과제들을 설명하고 국민의 협조를 당부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정의 현상 유지와 관리 정도의 임무가 부여된 권한대행이 굳이 생방송 회견을 자청한 것은 존재감을 높이고 보수 후보로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는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