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제 3지대 연대'(빅-텐트)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연일 여야 인사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다.
반 전 총장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만남이 성사되고는 있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대부분 시원치 않다.
반 전 총장이 설 연휴 전까지 접촉을 추진 중인 제3지대론자 9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그의 손을 흔쾌히 잡아준 인사도 아직까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이 접촉 대상으로 삼은 야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거친 비판이 쏟아지고 회동 자체를 쉬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23일 "모든 것을 다 스스로 개척해야지, 막연하게 누구를 만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전 대표에게 공을 들여온 반 전 총장으로서는 뼈아플 수 밖에 없는 반응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1일 김 전 대표 자택에 찾아가 만날 만큼 연대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도 두 사람이 이날 회동했다고 밝혔지만, 김 전 대표는 이마저도 부인했다. 김 전 대표는 "만나봐야 의미가 없는데 뭘 만냐느냐"고 했다. 반 전 총장으로서는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국민의당 중심의 빅-텐트론을 펼쳐왔던 박지원 대표도 반 전 총장에 대해 "지금 보니 아닌 것 같다"며 "우리는 셔터를 내렸다"고 했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과 만났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 밖에 '반기문·김한길 회동설'도 나돌았지만, 마찬가지로 아직 '설(說)'에 불과하다.
반 전 총장과 만난 여권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서기 보다는 고개를 갸웃하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일 바른정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만나 협력을 요청했지만, 오 전 시장은 "고민해 보겠다"며 아직까지 주춤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 3지대론자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24일 반 전 총장과 1시간 가량 독대한 뒤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회동 직후 이도운 대변인은 "정 전 의장도 큰 틀에서 (반 전 총장을) 돕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은 두 사람이 협력하기로 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약속을 한 것은 없다"며 설 연휴 이후 재회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논란이 됐던 민생행보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행보에도 내실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