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문재인 전 대표 지지를 이유로 방송 출연금지 통보를 한 KBS를 재차 비판했다. (사진=황교익 씨 페이스북, 노컷뉴스 자료사진)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 모임 공동대표를 맡았다는 이유로 KBS로부터 출연 중단 통보를 받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이번 일을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사건"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황 씨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KBS 간부에게 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황 씨에 따르면 KBS의 간부가 보낸 문자 내용은 "이런 식으로 매듭지어져 안타깝다. 더 이상의 갈등은 없으면 한다"는 내용이었고, 이에 황 씨는 "끝난 것이 없다. 이제 시작"이라는 답장을 보냈다.
황 씨는 "KBS는 황교익 출연금지 사건이 수면 아래로 내려지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이 사건은 황교익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다"며 "공영방송이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사건이다.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도록 공영방송이 억압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황 씨는 "언론이 제 기능만 하였어도 어처구니없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력의 개.. 언론이 이제는 이 노릇을 못 하게 막아세워야 한다. 그래서,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인과 정치인 그리고 관련 학자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이 문제를 당리당략의 시각으로 풀지 말라. 공영방송이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훼손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올바르다"며 "오늘은 황교익 하나가 당하였을 뿐이나 이대로 두면 내일 또 모레에 또 누군가 당하게 될 것이다. 공영방송이 이러는데, 민주주의인들 제대로 작동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황 씨는 "KBS는 자신들이 공평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명품진품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이상문 씨를 최근에 출연금지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상문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반기문 씨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역시 나와 똑같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를 빼앗겼다. 이상문 씨가 의지를 보인다면, 그와 연대하여 KBS와 싸울 것이다. 이 사건은 지지하는 정치인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 씨는 앞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KBS '아침마당' 제작진이 갑작스레 출연 금지를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맛있는 음식 재료를 어떻게 고를 것인지를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교양강좌 '목요특강' 강사로 초청됐는데, 제작진이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것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더불어포럼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전문가 모임이다.
이후, 황 씨와 KBS는 각각 입장을 밝히며 격론을 펼쳐왔다. KBS는 "공영방송인 KBS가 대선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여야 구분없이 모든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적용하는 원칙"이라며 "제작진은 '출연금지'가 아니라 선거기간을 지나서 방송하자는 '일정 연기'를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전 대표 측은 황 씨와 KBS 사이의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시 KBS의 대선주자 생방송 대담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결국 문 전 대표는 25일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 KBS는 자사 메인뉴스 '뉴스9' 등을 통해 "국민과의 방송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 민언련 "어떤 조항 적용해도 '출연금지'는 명분 없어"언론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같은 날 성명을 내어, 황 씨에게 출연금지를 통보한 KBS를 비판했다.
(민언련 논평 전문 보기)민언련은 KBS가 자사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확인 결과 이런 구절이 한마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책자가 아니라 부록으로 별도수록된 '실무자를 위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중 '선거보도' 세부준칙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보도준칙'에 담겨 있었다.
민언련은 "이 조항은 선거 기간 중 보도에 한해서 적용해야 하는 준칙이며, 황교익 씨에게 적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과잉 해석"이라며 "KBS가 공정한 선거방송을 하겠다며 '선거보도준칙'을 정식 선거기간이 아닌 시기에, 보도 이외의 모든 방송에도 적용하겠다는 과욕을 부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보도 준칙' 제21조 3항은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 및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이라도 선거와 관련성이 낮은 특정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로 인정되는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인터뷰나 출연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인터뷰나 출연이 선거 과정에 편향된 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편향된 입장이 방송되지 않도록 방송 전에 주지시키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민언련은 이 조항을 근거로 "선거와 관련성이 없는 '아침마당'에서 음식 관련 맛 칼럼니스트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황 씨를 생방송도 아닌 녹화방송에 출연 정지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언련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을 살펴보아도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시사정보 프로그램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안 된다"(제21조 3항)고 명시된 점을 들어 "아침 교양오락 방송의 출연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