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인의 뇌 크기가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보다 더 큰 것은돌연변이에 의한 자연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는 연구학설이 나왔다.
쑤빙(宿兵) 중국과학원 쿤밍동물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간의 뇌 크기를 결정하는 유전체 중 하나인 CASC5에 대해 인종 간 비교 분석을 한 결과 동아시아의 현생인류 사이에선 CASC5가 4차례의 돌연변이를 겪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스마트이미지)
하지만 유럽인과 아프리카인 사이에서는 이런 유전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쑤 교수 연구팀은 동아시아인 CASC5가 잦은 변이를 겪은 것이 뇌 크기가 늘어난 것과 직접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왜 아시아인의 뇌 크기가 유럽인과 아프리카인보다 더 큰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오랜 궁금증을 해소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전했다.
미국 학자들이 지난 30여년간에 걸쳐 2만명의 현대인 두개골 샘플을 놓고 뇌 크기를 비교한 결과는 동아시아인의 두개골 평균 크기는 1천415㎤이고 유럽인은 1천362㎤, 아프리카인은 1천268㎤이었다. 동아시아인의 뇌가 유럽인보다는 3.9%, 아프리카인보다는 11.6% 큰 셈이다.
이어진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이 중에는 자기 반향 이미지화 분석을 통해 동아시아인의 두개골이 더 큰 뇌를 담을 수 있도록 머리덮개뼈가 더 높이 솟아있다는 연구조사도 포함돼 있다.
학자들은 이런 뇌 크기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설을 제안했다. 추운 기후에 살게 될 경우 뇌 크기를 키울수록 사고, 정신 작용의 대부분이 일어나는 뇌의 중추 부위 온도를 지속해서 유지하는데 더 유리해지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후 이론은 같은 위도에 사는 사람들 사이의 뇌 크기 차이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즉 비슷한 위도에 사는 동아시아인과 유럽인의 뇌 크기가 왜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중국 학자들은 인간의 뇌 크기를 결정짓는 8개 인자 중 하나인 CASC5로 불리는 유전자가 인종 간 뇌 크기 차이를 더 잘 설명해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인(시베리아 동굴에서 발견된 멸종 인류 조상) 같은 초기 인류나 영장류의 뇌 크기를 결정하는 다른 유전자와 달리 호모 사피엔스에만 존재하는 CASC5 돌연변이 유전체는 상대적으로 생겨난 지 얼마되지 않은 편이다. 아프리카 현생인류 중에서도 5만∼10만년 전부터 발견됐을 뿐이다.
쑤 교수는 지난해말 국제 유전학학술지인 '휴먼 지네틱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동아시아인종의 CASC5 선택의 결과로 뇌에서 회질(대뇌의 표면) 부위가 더 커졌다"며 "하지만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에서는 이런 선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쑤 교수는 "왜 이런 선택이 발생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요인 외에도 사회구조나 문화적 선호를 포함한 선택적 요인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면서 이는 현 단계에서는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며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가 아시아인들이 다른 인종보다 더 머리가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다른 인종들과 지능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어떤 과학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간이 뇌 크기를 늘리는 대가로 다른 중대한 희생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에는 대체로 다른 학자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뇌가 인체 대사작용에서 많은 에너지를 쓰는 부위인 만큼 뇌가 커지면 인체 다른 부분의 자원을 소모시켜 육체적 능력의 퇴보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쑤 교수는 "유럽인들이 일반적으로 아시아인보다 더 몸집이 크긴 하지만 육체적 능력이 뇌 크기와 관련돼 있는지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광범위한 유전적 교류로 인해 인종 간 뇌 크기의 차이는 종국에는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