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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야심차게 띄운 설 파일럿, 뚜껑 열어보니

    열 편의 예능 짤막 리뷰

     

    ◇ SBS '生리얼수업-초등학쌤'
    강남, 헨리, 엠버, 모모, 디에잇, 텐. 외국인이라서 한국어에 서툴 수밖에 없는 아이돌 멤버들을 모아놓고, 초등학생 선생님(그래서 '초등학쌤'이다)을 붙여 얼마나 '실력 향상'이 되었는지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팬분들과 더 많이 얘기하고 싶어서, 자기가 부르는 노래 가사가 어떤 뜻인지 알고 싶어서 등 나름의 간절함으로 나온 출연진이, 그저 한국어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웃음의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 가학적이라고 느꼈다. 언어실력이 곧 지능이 아닌데, '모자람'이 드러날수록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지는 아이러니. 다 큰 성인에게 '한글 수준 6세' 이름표까지 붙일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부족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더 부족해지는 것 아니에요?'라는 뜻밖의 명대사를 남겼다.

     

    ◇ MBC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
    한은정x김구라, 우주소녀x오세득, 블락비 피오x김신영x홍진영. 말 그대로 한 집에 살면서 '동거'하는 이야기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의외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신선했고, 공동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는 서로의 '다른' 면이 지나치게 피로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레 드러났다. 다만 우주소녀x오세득 편은 아직 인지도가 낮은 신인 우주소녀를 노골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자리로 변질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빈틈을 서로 채워준다거나, 시너지를 내는 쪽이 아니라 오세득에게 집안일이 몰린 설정은 편치 않았다. 블락비 피오는 이 프로그램에서 '스윗한' 매력을 발산해 이미 많은 팬들을 입덕시킨 모양.

     

    ◇ KBS2 '걸그룹 대첩-가(歌)문의 영광'
    모형 벌레를 던져주고 평정심을 테스트하고, 추운 날씨에도 야외 무대에서 춤을 시키는 척 몸무게를 재 비난이 폭주했던 '본분 금메달'로 홍역을 치러서인지, 빤히 보이는 악수를 두지는 않았으나 그뿐이었다. 잘 나간다는 걸그룹 멤버들이 있는 힘껏 망가지게 판을 깔아주는 것 말고 '걸그룹 대첩'이라는 프로그램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걸그룹과 애창곡 대결이라는 '안전한 요소'를 가져온 덕에, 예상 가능한 수준의 장면이 펼쳐졌고 어디서 웃음을 유발하려고 하는지가 보여서 식상했다.

     

    ◇ SBS '코미디 서바이벌-희극지왕'
    적지 않은 설 특집 프로그램을 아이돌이 차지하는 현실에서 방송 3사 출신의 내로라하는 코미디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 시청 포인트 하나는 확실히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계급장을 떼고 얼마나 '웃긴지'만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승부를 겨룬다는 기획의도가 무색하게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변치 않는 가학적 개그, 과거의 영광에 기댄 개그… 좀처럼 잘 웃어지지 않았다. '희극지왕'이라는 제목은 너무 거창했던 게 아닐까.

     

    ◇ MBC '가출선언 사십춘기'
    연예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절친' 권상우-정준하가 가장이라는 무게를 내려놓고 무작정 떠나는 '일탈기'를 다룬 관찰 예능.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채우는 프로그램으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으나, 막상 첫 회는 싱거웠다. 이래서 방송에 나갈 수 있겠느냐는 권상우의 걱정은 농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의 만남과 여행이라는 중요한 두 축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방송 이후 가장 화제가 된 것이 권상우의 잘 다듬어진 몸매였다는 것은, '사십춘기'가 빠진 곤란을 가늠케 한다.

     

    ◇ JTBC '어머님이 누구니'
    JTBC 강지영 아나운서가 시어머니를 보고 이상적인 남편감을 추리하는 데이트 쇼. MC 박수홍은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고르는 컨셉이 조금 그렇다"고 했지만, 오히려 시어머니 역으로 출연한 패널이 시대가 그렇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고부 간의 갈등이 좀 적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을 때 3초 사이다를 느꼈다. 배우자뿐 아니라 시댁 식구들이 어떤지도 꼼꼼히 살피는 요즘의 트렌드를 잘 반영했고,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낸 점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명절용'으로 한 두 편 방송되기 좋은 소재로 보인다.

     

    ◇ SBS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
    현재 SBS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PD가 만드는 '미스터리 추리 토크쇼'라는 것만으로 구미가 당겼다. 클린턴 부부 곁에 있던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이 '의문사'를 당할까 라는 이야기는 특히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활용해 추리를 한다는 골격은 생각보다 허약했다. 이따금 예리한 지적이 나오긴 했으나 대부분 음모론 제기로 마무리된 탓이다. 시국과 관련된 언급도 나왔으나 쇼 안에 적절히 잘 배어있다기보다 갑작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서프라이즈'의 유사 버전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컨셉을 좀 더 선명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 듯싶다.

     

    ◇ MBC '오빠생각'
    파일럿으로 시작해 정규로 승격되었으나 조기종영하고 만 '별바라기'는 팬과 스타를 연결해 주는 데 방점을 찍었었다. 폐지 요구가 빗발침에도 정작 높은 시청률로 매번 저력을 확인하는 '아육대' 시리즈 역시 팬과 스타가 기둥 역할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쯤되면 MBC가 특히 관심 갖는 부분이 스타와 팬의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의뢰인의 지인들이 나와 '영업 포인트'를 소개하고, 영업용 영상을 만든다는 것도 팬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설정. 하지만 날고 기는 팬들의 '영업 영상'이 도처에 널린 상황에서 '오빠생각'표 영상이 얼마나 차별성을 가지게 될지는 모르겠다.

     

    ◇ KBS2 '신드롬맨-나만 그런가?'
    처음엔 지나친 '연예인 사생활 털기'가 아닐까 염려했다. 하지만 최민수, 솔비, 정용화가 각각 지닌 신드롬(증후군)이 흥미롭고 공감갈 만한 소재여서 어렵지 않게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심리전문가가 등장해 왜 이런 신드롬을 겪고 있는지 분석해 주는 것도 시청 포인트. 이날의 '슈퍼 신드롬'은 정용화의 '로그아읏 신드롬'이 선정됐으나, "청문회를 보고 눈물이 나더라" 등 시국에 대한 걱정과 애국심을 여과없이 보여준 솔비의 모습이 뜻밖의 재미를 유발했다.

     

    ◇ SBS '주먹쥐고 뱃고동'
    '어류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는 색이 확실한 대신 보통의 시청자를 모으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바다에도, 낚시에도, 어류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바탕으로 현재의 해양 생태계를 새롭게 확인해 '신 자산어보'를 꾸민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유익하고 의미있는 작업을 한다'를 넘어서는 웃음을 전달하기에는 버거웠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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