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들이 경선레이스에 돌입하면서 배우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묵묵히 뒤에서 챙겨주는 '조용한 내조'에서 '적극적 지원'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씨는 야권의 텃밭이자 승부처인 호남 민심 구애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추석 이후 올해 설까지 매주 화요일 광주에서 1박2일로 지역 시민사회와 봉사활동 등을 벌였던 온 김씨는 앞으로는 전남의 섬 지역을 돌면서 주민들을 만나기로 했다. 매주 현지에서 묵는 '야전형' 내조다.
야권의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8일 양산 통도사를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통도사 대웅전에서 삼배한 후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살기 편안하다는 뜻)'이란 글귀가 쓰인 화분을 불단에 올렸다.
김씨는 지난 9~10일 완도·강진·해남의 섬 지역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소안도에 들어가 1박을 하려 했지만, 날씨 탓에 배가 뜨지 못해 완도의 마을회관에서 자는 등 '풍찬노숙'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기자단과의 차담회에서 "제 아내가 추석 이후 꾸준히 호남을 방문하고 있다. 저도 매주 '화요 홀아비'가 돼 힘들지만 계속 노력하겠다"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 좀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으며 조용한 내조로 지원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김 교수는 지난 11일 한 종합편성채널에 안 전 대표와 함께 출연했다. 남편과의 동반 방송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 역할은 주로 시민들이 들려주신 얘기, 꼭 가서 전해달라는 얘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왼쪽)가 4일 오전 광주 서구노인복지회관에서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 교수는 이날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광주를 찾아 노인복지관과 모교인 살레이오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그는 또 대통령 당선 이후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계획을 묻자 "청소년과 어르신들을 제 의학적 지식과 엄마, 딸로서의 경험을 합쳐서 보살피고 도울 방법을 찾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언론 인터뷰 외에도 지난 설 연휴에는 안 전 대표와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를 진행하며 직접 네티즌들의 댓글 질문에 답하고 페이스북에 함께 운동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무서운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배우자인 민주원씨도 분주해졌다.
최근에는 추운 날씨에 남편과 드라마 '도깨비'의 패러디 영상을 함께 촬영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월간지들과 연이어 인터뷰를 하는 등 지원사격에 연일 온 힘을 쏟고 있다.
안 지사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서 아내 민주원 씨와 드라마 도깨비를 연상케 하는 복장과 포즈를 취하며 드라마의 명대사를 글로 남겼다. 안 지사는 사진에서 김고은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목도리를 두른 아내를 바라보고 있다.
민씨는 앞으로 지역에서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남편의 이미지를 더욱 제고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계획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안 지사의 모습을 배우자의 입장에서 소개하면서 유권자와의 거리를 더욱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부인 김혜경씨도 지금까지 보여준 '조용한 내조'의 틀에서 벗어나 활발한 우군 역할을 할 계획이다.
최근 지지율이 정체된 이 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김씨는 최근 야권의 최대 기반인 호남에 수시로 내려가 주민들을 만나며 내조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전북 전주에 내려가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지역 내 촛불집회 공청회와 기본소득 전북네트워크 창립식에 참석하는 등 보폭을 넓히며 이 시장에 대한 측면 지원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15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손가락 혁명군' 출정식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