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2회 천하'로 끝나나 했더니 6회에서 다시 회생의 기미가 보였다.
30부 중 '무려' 24부가 남았다. 남자 주인공은 이제야 등장했고, 재편집이라는 처방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SBS TV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가 지난 9일 6회에서 시청률 12.0%를 기록하며 하향세를 멈췄다.
1회 15.5%, 2회 16.3%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해 '역시 이영애의 힘'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가, 3회에서 곧바로 추락해 5회에서는 10.7%까지 곤두박질쳤던 '사임당'이다.
초반 6회 이렇듯 롤러코스터를 탔던 '사임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7회부터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느슨한 전개·어설픈 타임 슬립 '대장금' 이영애가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것이니 기대와 관심이 컸고, 그만큼 초반부터 이런저런 성마른 품평이 쏟아졌다.
그중 크게 공통적으로 나온 목소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영애의 '방부제 미모'에 대한 칭송이고, 다른 하나는 '타임 슬립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드라마는 조선의 사임당과 현대의 서지윤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배치한다. 시공간의 이동까지는 아니지만, 환생과 윤회라는 코드를 가미한 '사임당'은 서지윤의 꿈을 통해 현대와 조선을 잇는다. 무엇보다 1인2역을 맡은 이영애를 통해, 사임당이 환생해 서지윤이 됐을 것이라고 묵시적으로 말한다.
문제는 그러한 타임 슬립 코드에 대한 시청자의 피로도가 차올랐을 때 '사임당'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나 '도깨비'로 타임 슬립의 '끝장판'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인데, '사임당'의 타임 슬립은 그와 정반대로 너무 어설프다.
한복을 입은 단아한 이영애와 시계를 거꾸로 돌려버린 듯 여전히 매력적인 현대의 이영애를 동시에 보여주겠다는 포부는 알겠다. 그러나 그 마음을 대본과 연출이 따르지 못했다.
둘을 기술 좋게 꿰어야 하는 스토리는 바느질이 영 시원치 않다. 각각의 이야기가 매끄럽게 붙지 못하고 따로따로 논다. 왜 타임 슬립을 선택했어야 했는가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현대극이라야 간접광고(PPL)를 할 수 있다는 점 말고는 딱히 이유를 찾기 힘들 정도.
화면은 CF를 찍은 듯 예쁘다. 천재 화가 사임당과 이겸의 이야기인 만큼 조선 시대 부분의 색감과 그림이 어여쁘다. 한 폭의 산수화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 전개는 느슨하고 뚝뚝 끊어진다. 1~2회에서는 휘몰아치듯 빠르게 달려나가더니 3회부터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고 완행열차가 됐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전체가 헐렁하게 다가온다.
그런 와중에 이영애의 아역을 맡았던 박혜수의 연기력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드라마는 아역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3~4회에서 시청률이 급락하고 말았다.
◇ 세계가 지켜보는 '사임당'…"재편집으로 돌파구" '사임당'은 한류스타 이영애와 송승헌이 출연하는 덕분에 홍콩에서 100억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 8월 홍콩 미디어그룹 엠퍼러그룹의 자회사인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EEK)가 '사임당'과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하고 100억원을 투자했다. '사임당'에 대한 해외의 기대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사임당'은 또한 촬영 과정에서도 해외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강릉 촬영현장 공개 행사에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이란 등 7개국 외국 취재진이 참석하는 등 제작과정이 한류 뉴스로 전해졌다.
그러한 관심이 해외 동시방송으로 이어졌다. 애초 목표로 했던 한-중 동시방송은 '사임당'이 중국 한한령의 대표적인 타깃이 되면서 무산됐지만,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와 미주 등 다른 지역에서는 동시방송이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방송되는 'Oh!K' 채널과 Pay-TV, 대만 GTV-D에서 모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고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밝혔다.
이렇듯 해외의 관심을 받는 '사임당'인 만큼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제작진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
SBS는 방송에 앞서 '사임당'을 1회부터 재편집하기 시작해 현재 14부까지 마친 상태다. 사전제작을 통해 이미 지난해 완성된 드라마지만, 방송을 앞두고 SBS가 다시 전면적으로 손을 보고 있다.
SBS 관계자는 "좀더 임팩트 있게 편집을 하고 있다"면서 "이제 송승헌이 등장하고 갈등구조가 자리를 잡은 만큼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템포를 높이기 위해 수정, 보완하고 있고, 에피소드의 배치를 달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6회에서야 등장한 남자 주인공…"이영애·송승헌 시너지 기대해달라" 이영애가 십수 년 만에 돌아온 것이라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졌지만, 남자 주인공 송승헌의 무게감도 만만치 않다.
송승헌 역시 '가을동화' 이래 아시아에서 사랑받은 한류스타이자,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로서 '사임당'에 쏠린 관심을 이영애와 함께 나눠서 지고 있다.
실제로 '송승헌 효과'는 6회에서 확인됐다. 드디어 등장한 남자 주인공이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10.7%까지 추락했던 시청률이 12.0%로 올라선 것.
사임당과 달리, 송승헌이 연기하는 이겸은 허구의 인물이다. 예악에 능한 왕족으로, 첫사랑 사임당을 20년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순정남이다.
드라마는 20년이 흐른 뒤 재회한 사임당 앞에서 여전히 설레어 하는 이겸의 애틋한 순애보에 더해, 그가 중종의 밀명을 받아 탐관오리들을 조사하는 과정을 앞으로 전개하게 된다.
한류스타 송승헌은 역시 등장하자마자 극에 활력이 됐다. 5회까지 이영애를 제외하고는 눈 둘 곳을 찾지 못했던 시청자들은 송승헌의 등장으로 드라마가 드디어 모양새를 갖추게 됐음을 느꼈다.
헌헌장부(軒軒丈夫)라는 글자를 온몸으로 표현한 송승헌은 '안구정화'를 안겨주는 동시에, 시청자가 그 결말을 알지 못하는 허구의 인물로서 드라마의 강한 동력이 되리라는 기대를 전해준다.
제작사는 "이영애와 송승헌의 시너지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여기에 사임당의 숙명의 라이벌 휘음당(오윤아 분)의 질투와 욕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제작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