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 (자료사진=노컷뉴스)
"WBC는 투구 개수를 따지는 경기다. 거기에 중점을 두겠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선수단이 소집된 지난 11일 마운드 운용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일본 오키나와에 입성한 12일에도 "WBC는 투구수 제한에 따라 많이 움직이게 되니까 투수들도 그에 맞춰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WBC는 다수의 프로야구 리그가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에 개최되기 때문에 투수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바로 투구수 제한 규정이다. 특히 몸값이 비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팔과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투수의 투구수를 제한한다.
올해 3월 개최되는 WBC에서 투수가 경기당 던질 수 있는 최대 투구수는 1라운드 65개, 2라운드 80개, 파이널 라운드 95개로 제한됐다. 30개 이상 50개 미만의 공을 던진 투수와 이틀 연속 던진 투수는 반드시 하루를 쉬어야 한다. 50개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는 4일간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김인식 감독이 투구수 제한 규정을 신경쓰는 이유는 규정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력의 극대화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WBC에서는 단기전의 특성상 투수 교체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나 무턱대고 선발투수를 조기 강판시킬 수는 없다. 불펜투수의 등판이 잦아지면 자칫 중요한 경기에 중요한 불펜투수가 강제 휴식을 해야할 수도 있다. 늘 투구수를 염두에 두고 투수의 투입과 교체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 동시에 최상의 효율을 뽑아내야 한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인식 감독은 "1회와 2회 WBC같은 경우 투수 걱정을 많이 했다. 복기해보면 투수들이 약하다 약하다 했지만 결국 투수들이 결정적일 때 막아주지 않았나. 그 장점이 좋은 성적의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는 명확해보인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은 마운드 운영 계획을 세우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실제로 마운드의 힘은 1회 대회 4강 진출, 2회 대회 준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모두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대회다.
대표팀은 2006년 제1회 WBC에서 전체 참가국 중 가장 좋은 2.00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팀 전체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00으로 좋았다. 대회 기간에 3번이나 만난 일본을 비롯해 미국, 멕시코 등 강팀들과 끊임없이 경기를 치르고도 이처럼 좋은 기록을 남겼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당시에도 대표팀의 투수코치였다.
한국은 2009년 제2회 WBC에서도 팀 평균자책점 3.00이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1라운드에서 일본에 2-14 콜드게임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이후 일본을 상대로 1실점 이하 경기를 두차례나 연출했다. 강호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에서 선발 윤석민과 정대현, 류현진, 정현욱, 임창용의 릴레이 등판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즐비한 상대 타선을 2점으로 묶기도 했다.
대표팀이 오승환의 합류를 그토록 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구수 제한 규정 아래 불펜투수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승환은 1회 대회부터 2013년 3회 대회까지 지금껏 열린 WBC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이다. WBC 통산 9경기(6⅔이닝)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김인식호는 이번에도 마운드 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팀 일부 투수들은 대표팀 소집 전 선동열 투수코치가 지휘한 괌 미니캠프에서 예열을 시작했다. 괌에 다녀온 차우찬은 "전체적으로 다들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훈련을 잘했고 좋은 상태로 돌아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